노조 반발로....올해까지 부당 산정된 예산 ‘그대로 적용’

사진=뉴시스, 사진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2년간 금융감독원의 부당한 예산 인상 요구를 그대로 승인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부실한 업무처리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감사원의 지난 9월 감사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15년 10월 팀장 직무급 인상액 약 8억원을 예산신청서에 반영했다. 당시 금융위는 타당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인건비 예산액을 다시 수정하라고 지시했지만 금감원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제출했다. 

2015년 12월, 금융위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예산안을 그대로 승인했다. 감사원은 금융위 담당자, 과장 및 위원들이 착오상태에서 인건비 예산을 승인한 것이라며 징계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이 지난 5월부터 이를 지적하고 나서자 금융위는 팀장 직무급 인상액 지급을 보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금감원은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팀장 직무급 인상액인 4억원 가량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금감원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해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금융위도 지난 22일 결국 정례회의에서 인상액 지급을 의결했다. 금감원이 노조측에 인상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금감원은 채용비리, 방만경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0% 가량 인상해 청구한 것까지 알려지며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지난 1일 금융위측에 내년 예산을 올해 예산(3666억원)보다 10% 많은 4000억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검사 경비 부문이 늘어난 데 대한 처사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제재를 가할 전망이다. 금융위 기획과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조직·예산 등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며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9월 감사원이 방만경영, 채용비리 등을 지적한 부분을 반영한 처사로 분석된다.

실제로 2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아직 금감원의 내년 예산요청서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동안 방만한 부분이 없었는지 살펴보고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관련제도도 철저히 정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금감원을 지적하고 나선 금융위에게 화살을 돌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융위도 금감원이 꼼수로 산정한 예산을 부실하게 검토했다”며 “이를 그대로 승인해 방만경영을 좌초한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금감원에 대한 예산안을 꼼꼼히 살펴볼 방침”이라면서 “올해는 고용노동부의 판결에 따라 금감원이 요청한 인상액을 지급했지만 내년부터는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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