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거주자도 가입 안되는 마당에 포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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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포항 지진사태로 인해 한반도에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자 불안함에 B사의 주택화재보험의 지진위험특약에 가입 신청을 했다. 그러나 콜센터에서 상담 후 돌아오는 답변은 인수심사에 미달해 가입이 불가하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C사 주택화재보험 지진특약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해당상품은 올해 1월부터 판매가 중단됐다.

최근 잇따른 지진으로 한반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보험 소비자들은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보험 가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보험사들이 그동안 판매하던 지진특약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혹은 가입 심사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진관련 보험 상품을 취급해온 손해보험사는 ▲현대해상 ▲NH손해보험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MG손해보험 ▲삼성화재 ▲AIG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 등이다.

이들 보험사들은 지진과 관련해 크게 ▲화재보험 내 지진특약 ▲정책성 보험인 풍수해보험 ▲기업들이 주 가입 고객인 재산종합보험 등 크게 3분류의 상품을 다루고 있다. 이 중 지진특약은 기본 약관에서 지진 피해를 보장하지 않는 화재보험상품에서 추가로 지진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주는 계약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지진특약 판매를 중단했거나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C사는 올해 1월부터 장기 주택화재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D사는 지난해 9월 지진특약 판매를 중단시켰다가 고객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판매를 재개한 바 있다. B사 측도 심사 기준이 엄격해졌다고 밝혔다. 

판매 중단 또는 심사 기준 강화가 지진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보험사들의 공통 의견이다. C사 관계자는 “지진특약 판매중단은 이번 포항 지진사태와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D사 관계자 역시 “손해율을 따져서 판매를 중단했었을 뿐 지진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말했다.

고조되는 한반도 지진 위기감에 장기 계약 상품인 주택화재보험 판매는 꺼려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지난 15일 포항에 발생한 지진사태로 인해 한 보험사에 접수된 장기 주택화재보험금 청구수는 무려 116건에 달했다. 지진관련 보험상품 보험금 청구건수가 총 135건인 것을 감안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진은 일반 재해보다 발생빈도가 낮아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가입자에 지급하는 보험금 비율)이 적기 때문에 일부보험사가 화재보험에 지진특약을 개발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경주지진사태 이후 해당상품으로 인한 손해율이 커졌을 것”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화재보험 내 지진특약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은 가입심사 기준에서 경북지역 거주자는 아예 제외시켰다”며 “장기 계약 상품인 경우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에게도 소규모 빌라 내진설계 부실 등을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매기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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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타 보험사들도 지진특약 상품판매를 중단하거나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들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당장은 판매중단을 시행하진 않을 것이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지진특약에 가입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사들은 그동안 지진특약이라는 이름의 상품을 개발해 마케팅의 일부로 활용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막상 지진 피해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판매를 중단해버리는 것은 기업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한반도 내 지진 리스코 고조...지진 보험 수요 늘어날 전망

전문가들은 한반도 추가 강진 가능성을 점치며 관련 보험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주지역에서 역대 최고인 5.8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429일만에 또 다시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7km 지역에서 규모 5.6의 강진이 발생하며 여론이 들썩였다. 그 이후부터 21일 오전까지 규모 2.0 이상의 추가 여진이 총 60회나 발생한 상태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경주 지역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를 7.3으로 추정했다.

서울 및 수도권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서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서울을 관통하는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돼 지진대비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현재 정책성 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해 일반 리스크 범위 내에 있는 지진특약 상품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며 “아직 가입률이 저조한 상태로 향후 지진 가입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과 정부가 지진위험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택 지진보험의 세대 가입률은 약 3.2%로 집계됐다. 이는 100가구 중 3가구 정도 수준으로 일본(30.5%)에 비해 상당히 저조하다. 이중 경북지역과 부산지역의 가입률이 각각 21.6%, 20.3%를 차지했으며 서울은 8%로 거의 무방비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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