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 약진에 볼거리 풍성…VR에도 관심 집중

▲ 사진=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박상아 기자]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G-STAR(지스타) 2017’이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갑작스런 지진과 수능 연기 등 수 많은 악재가 겹쳤지만 구름인파가 몰려들어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보답하듯 참가 업체들은 가상현실(VR)과 다양한 체험거리를 마련해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올해 지스타에서는 모바일에 편중되지 않고 PC게임과 균형을 이루면서 더욱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지스타의 열기는 개막 전날부터 뜨거웠다. 지스타 당일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밤샘을 각오하고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밤을 새기 위해 돗자리와 박스, 담요 등을 준비해 왔다. 사실 이날 밤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파의 기세가 매서워 밤을 새며 줄을 서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기도 했다.

날이 밝자 줄을 선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어림잡아도 지난해 행사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지스타조직위원회가 집계한 결과를 보더라도 지난 16일 관람객이 4만111명으로 지난해 3만7000명 대비 6.9% 늘었다.  지진으로 수능이 미뤄진 상황에서 열린 올해의 성적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런 추이가 이어진다면 주말 수험생 관람객은 줄어들어도 전체 관람객이 작년 수준(21만 9000여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E스포츠가 대세?

관람객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게임은 역시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였다. 배틀그라운드는 100인의 유저가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게임이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지난 3월 사전 유료테스트 버전으로 출시된 후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며 1800만장 판매, 동시접속자 수 250만명 돌파 등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스타 2017’에 앞서 진행된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올해 최고의 게임인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지스타 관람객 대부분의 관심사였다. 배틀그라운드 부스에는 다른 관람객들과 직접 경쟁을 펼쳐 최후 1인을 가리는 E스포츠 형식의 체험이 진행됐다. 사진=이건엄 기자

배틀그라운드 부스의 콘셉은 ‘E-스포츠’ 그 자체였다. 아시아 7개국에서 80여명의 게이머들이 출전한 ‘카카오게임즈 2017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지스타’ 대회가 열린 장소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관람객들이 직접 선수가 돼 경쟁을 펼치고, 이를 중계하는 이색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도 관람객들과 배틀그라운드 경쟁에 참여해 18위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만약 10위안에 드는 등 특정 조건을 만족했다면 소정의 경품을 받을 수 있었던 기회라 아쉬움도 남았었다.

경상남도 거제시에서 온 한 커플은 “오늘 배틀그라운드 시연하려고 거제도에서 왔다”며 “지진이 나서 불안했는데 현장에 사람들도 많고 분위기도 좋아 들뜨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메인 스폰서 넥슨은 300개의 부스 전체를 588명이 한꺼번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연장으로 꾸몄다. 넥슨은 적진점령게임(AOS) ‘배틀라이트’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천애명월도’, 1인칭 슈팅 게임(FPS) ‘타이탄폴 온라인’, 레이싱 ‘니드포스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 게임 4종을 선보였다. 넥슨의 부스에는 첫날에만 5000명 안팎의 관람객이 모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이건엄 기자

WEGL 2017이 펼쳐진 액토즈소프트의 부스에도 많은 관중이 몰렸다. E스포츠를 통해 구름관중을 모은 액토즈소프트는 연예인 초청 공연과 함께 각종 이벤트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액토즈소프트는 WEGL을 단지 1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더욱 확장, 발전시킬 계획이다. e스포츠 사업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선점 효과로 한 수 앞을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라도 광주에 사는 A양(17세)은 “WEGL에서 진행되는 오버워치 경기를 관람하러 왔다”며 “러너웨이팀 러너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당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PC게임의 출품이 많아져 볼거리가 더욱 다양해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매년 지스타를 관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넷마블도 인산인해로 시연대가 꽉 찼다. 넷마블 브랜드관에선 오는 28일 출시하는 모바일게임 ‘테라M’을 비롯해 ‘블레이드앤 소울 레볼루션’, ‘세븐나이츠2’, ‘이카루스M’ 등의 시연판이 마련됐다.

◆ VR 규모는 줄었지만 관심은 ‘여전’

대형 게임사들의 PC와 모바일 신작 게임에 밀려 지난해 지스타의 주인공으로 꼽혔던 VR 전시장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했다.

실제 기자가 지스타 행사장을 둘러본 결과 VR보다는 PC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체험존이 압도적으로 많은 자리를 차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HTC 바이브’와 ‘어로스’ 등의 VR체험 존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 긴 줄을 형성해 장관을 연출했다. VR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할 수 있는 만큼 일반 게임들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전보다 규모는 줄었을지 몰라도 전반적인 질은 더욱 올랐다는 평이다. 지스타 현장에 방문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관람 소감을 밝히면서 “대중화 속도가 느려 VR게임 시장 규모는 몇 년째 제자리”라며 비판했지만 출품작들에 대해서는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전체 부스 중 학생들이 만든 게임을 살펴보면서 VR 기반 슈팅게임을 직접 조작해보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VR체험존이 있었지만 그 중 인상 깊었던 부스는 기가바이트의 어로스 체험존이었다. 어로스는 기가바이트의 하이엔드 게이밍 주변기기 브랜드로 이번 지스타에는 이를 활용한 VR레이싱 게임을 선보였다. 실제 부스에는 40분 이상을 기다려야 체험할 수 있을 만큼 문전성시였다.

사진=이건엄 기자

시연을 막 마치고 나온 한 참가자는 “실제로 자동차를 탑승해 모는 것과 매우 흡사한 느낌"이라며 "땅의 굴곡까지도 직접 느껴질 정도”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기자도 직접 어로스 체험관에서 시연을 진행했다. 차량의 반응과 조작감이 실제와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체험하는 공간인 만큼 VR에서 가장 중요한 초점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덕분에 자동차 멀미와 함께 VR멀미까지 겹치면서 꾀나 고생을 했다.

HTC 바이브는 단독 부스로 VR체험존을 꾸렸다. 멀티 플레이 게임 3종, 싱글 플레이 게임 5종 등 8종 게임을 선보였다.

HTC 바이브가 직접 개발한 ‘프론트 디펜스 : 히어로즈’가 실시간 방송 되면서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전파를 타고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

또 드래곤플라이가 선보인 VR게임인 ‘스페셜포스 VR’에도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가상을 즐기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도우미들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게임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누믹스미디어웍스의 ‘VR 퀀텀 트레드밀’의 대기자들도 미리 체험하고 있는 앞 사람들을 보며 기대감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대형 게임사들의 화려하고 큰 부스에 밀려 상대적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업체들도 종종 보였다.

지스타에 참가한 VR 업체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큰 돈을 들여 참가했지만 대형 부스에 만 이목이 집중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에서부터 부산까지 KTX를 타고 왔다는 박진영(27)씨는 “평소 VR카페 등을 이용하면서 더 많은 게임을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왔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종류가 적고 대형 게임사들의 참여가 부족한거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B2B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VR기업에는 스코텍엔터테인먼트, 리얼리티매직 등이 참가해 바이어들을 맞는다.

B2B관은 B2C관과는 달리 관람객의 시연보다 글로벌 게임 비지니스 거래 상담을 목적으로 우수 게임 개발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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