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의 코스닥 확대 전망...양극화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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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최근 코스닥 시장에 연기금의 투자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창업 벤처기업의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내놓은 ‘코스닥 활성화 방침’이 배경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연기금의 운용 방안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금운용위원회는 아직 코스닥 투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연기금의 투자행보에 변화가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1월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연기금은 코스닥시장에서 1193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코스피시장에서 총 467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달 연기금이 코스닥시장에서 631억원을 팔고 코스피시장에서 6612억원을 사들였던 것에 비하면 상반된 행보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업계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투자 비중을 단계적으로 10%로 늘린다는 계획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4년과 2014년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 전략 변화는 연기금의 국내 주식 시장 영향력을 크게 강화시키는 원동력이었다”며 “이번에도 금융당국의 지지에 힘입어 투자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한해(올해 1월1일~11월17일)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실적을 보면 1260종목을 대상으로 한 거래대금이 총 4조6140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은 순매수액에서 순매도액을 뺀 수치를 의미한다.

◆코스닥 실적검증 안된 기업 多연기금 운용에 우려...양극화 심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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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코스닥시장에 아직 실적 검증이 안 된 기업들이 많은 만큼인 연기금의 투자비중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연기금이란 연금을 지급하는 원천이 되는 기금으로서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자금이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모(남·31)씨는 한 주식 커뮤니티를 통해 “국민연금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금인데 코스닥 시장의 미래가 불분명한 종목들에 투자하는 것은 반대다”라고 주장했다.

연기금의 투자가 점쳐지면서 코스닥 시장의 투기 양상도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실적검증이 안된 기업에 투자해 피해를 볼 것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공시나 보고서 한 장 없는데도 미래에 대한 성장 기대만으로 오르는 바이오주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신라젠과 앱클론 등의 종목은 주가는 치솟는데 비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은 코스닥 시장의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들이다. 실적과 관계없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불확실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대다수의 중소 벤처기업은 대체로 사업포트폴리오가 단조롭고 회계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물론 연기금은 장기적인 투자와 대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투자기관으로서 증권시장에서는 ‘큰손’으로 여겨진다. 가입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자산운용시스템으로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결국 코스닥 시장의 수혜주는 대형주들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펀터멘털이 갖춰진 기업들을 선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투자확대는 자칫하면 국민들에게 반감을 사고, 코스닥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도 코스닥 내 대형주와 소형주의 격차는 큰 편인데 연기금의 투자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대표 기술주 등으로 구성된 코스닥150지수는 올해 48.84% 상승해 코스피200(27.75%)상승률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인데 반해 소형주(시총 401위 이하)지수는 되려 7.2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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