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홈쇼핑 보험상품 광고, 이래서 되겠나?
[전문가 칼럼] 홈쇼핑 보험상품 광고, 이래서 되겠나?
  • 파이낸셜투데이
  • 승인 2017.11.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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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TV를 시청하다 보면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보험상품 광고가 자주 보인다. 암보험, 치아보험, 건강보험, 치매보험, 연금저축보험, 운전자보험 등의 광고가 그것이다. 이들 광고는 온 종일 반복된다. 그래서 “보험사가 홈쇼핑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온다. “안 보면 그만이지?” 라고 반문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홈쇼핑 보험상품의 과장 광고로 많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하여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하는 금융소비자원에도 홈쇼핑 과장 광고로 피해 본 소비자들이 종종 상담을 요청해 오고 있다.

실제로 홈쇼핑으로 보험을 가입한 소비자 8명 중 1명은 계약을 바로 포기한다. 올 상반기 홈쇼핑 보험 가입 후 1개월 이내 청약을 철회한 비중(청약철회율)이 생보사 12.92%, 손보사 12.13%에 달한다. 신계약 10건 중 1.2~1.3건을 한 달 안에 취소한 것이다.

이처럼 홈쇼핑 보험 판매는 청약철회율이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생보사 5.06%, 손보사 2.45%) 보다 항상 월등히 높고, 그 결과 소비자 피해도 더 많다. 단시간에 급하고 무리하게 보험상품을 판매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홈쇼핑 보험 광고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를 무시한 채 보험사 중심으로 광고해 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숨기고, 장점만 나열하며 반복 설명한다. 듣기 좋은 말로 ‘간편심사 통과 시 가입 가능’이라 광고하고, 상담 완료 시 사은품 준다고 꼬득이지만, 정작 건강한 사람은 가입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아 보험료 바가지를 씌운다.

보험은 장기 계약이므로 아무 때나 충동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다. 처음부터 생애주기에 맞춰 꼭 필요한 보험을 순서대로 가입해야 하고, 일단 가입했으면 끝까지 유지해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특히 보험료가 비싸서 총 납입보험료가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고가(高價)이고, 중도 해지 시 손해 보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

이와 정반대로 홈쇼핑 보험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충동 구매와 묻지마 가입을 조장하므로 해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당장 전화해서 가입하라고 부추기므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가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소비자 피해로 귀결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보험사의 탐욕과 정부의 무 개념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첫째, 보험상품은 당초부터 홈쇼핑을 통해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어렵고 복잡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들은 홈쇼핑으로 보험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비자 보호를 외면한 채 보험사 돈벌이 논리에 휘둘려 당국이 홈쇼핑 보험 광고를 버젓이 허용하고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둘째, 보험사의 과장 광고(불완전판매) 때문이다. 돈벌이를 위해 상품 판매에만 몰두하다 보니 작은 것을 장점이라고 침소봉대하여 광고할 뿐, 단점은 없고 소비자 유의사항은 있더라도 허접하고 미흡하다. 소비자들이 보험사의 과장 광고에 골탕 먹는 주된 이유다.

셋째, 속사포 광고도 문제다. 소비자 이해는 안중에 없이 어렵고 복잡한 보험상품을 쇼호스트가 ‘빨리 말하기 시합’을 하고 있으니 입에 땀이 나고 보는 사람이 오히려 안쓰럽다. 규정에 맞추려고 보니 속사포로 광고하는 것이다. 이걸 보라고 만든 것인지 보지 말라고 만든 것인지 의문이다. 그나마 여론 지적으로 2014년 관련 시행령이 개정된 후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빠르다.

넷째, 깨알 광고도 면피용 꼼수다. 한정된 시간에 말로 소화하기 어려워 나머지 내용을 깨알같이 작은 문구로 배경화면을 만들어 보여 준다. 그런데 글자가 작아서 읽기 어렵고, 화면이 급하게 바뀌어 볼 수 없다. 이내 장점 설명을 다시 반복하니, 깨알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무용지물이다.

이래서 되겠나? 잘못은 고치라고 있는 것이다. 우선, 보험사들은 과장 광고, 속사포∙깨알 광고를 중단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암보험, 치아보험의 보장 제외 내용과 유의사항을 명확히 알려야 하고, 치매보험은 중증 치매보험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 간편심사보험은 유병자‧병력자만 가입하는 상품임을 광고 초반에 말과 화면으로 명확히 알려야 한다. 갱신형보험으로 100세까지 보장받는다고 설레발 칠 것이 아니라 보험료가 향후 얼마나 오를지 알려야 한다. 보험료에 사업비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만기환급형이 순수보장형 보다 보험료가 얼마나 비싼지도 당연히 알려야 한다.

다음, 당국이 중심을 잡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당국이 해야 할 일은 보험사 돈벌이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허술한 규제와 솜방망이 처벌로는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나서서 홈쇼핑 보험상품 광고의 허용‧중단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하고, 보험사들의 과장 광고를 고치도록 해야 한다. 행여 소비자 보호를 외면한 채 보험사 일자리 소멸 운운한다면 그는 보험사를 위해 일하는 자이므로 소비자(국민)가 낸 혈세로 월급 받을 자격이 없다. 당장 사표를 내고 보험사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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