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지방은행' 발언에 '인터넷'에 '지방'이 존재하는가? 화재...케이뱅크 문제, 은산분리 완화 우회 전략 관측도 ....

김용오 편집국장

[파이낸셜투데이= 김용오 편집국장] 최근 쌩뚱맞게 ‘인터넷지방은행’이 금융계 화재로 등장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인터넷’에 ‘지방’이란 지역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금융계 사람들은 한마디로 “웃기지도 않는 얘기, 뭔가 꼼수가 있는 게 아니냐” 는 반응을 보였다. 웃기지도 않는 얘깃거리를 제공한 사람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방에 근거를 둔다면 지방은행에 준하는 대우 적용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위원장은 제2회 금융의 날 행사에서도 "지방에 본거지를 두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지방은행에 적용되는 지분한도를 적용하고 오프라인 영업도 지방에 본점을 둔다면 그런 것(지방인터넷전문은행)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차원"이라고 언급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방에 근거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설’을 두고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실제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뱅크 설립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고 영업권의 제한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지방 근거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인터넷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지방근거 인터넷은행인지, 그 개념자체가 모호하다"며 "유권해석 등 실제 추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만났던 몇몇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반문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특성상 영업권 제한을 받지 않는다. 지방에 단순히 본사를 두었다고 해서 해당 인터넷은행을 지방은행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지방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서 금융위가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며 “지방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영업권 제한이 없기 때문에 본사를 기준으로 지방이냐, 수도권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식적인 개념을 모를리 없는 최 위원장은 왜 그런 발언을 거듭했을까? 국회 발언 때 의원들이 “케이뱅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뱅크를 지방 인터넷은행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케이뱅크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은행법에 지방은행은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지 아니하는 은행’으로 산업자본이 지분보유 및 의결권 모두 15%까지 행사가 가능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지방은행 면허로 사실상 전국은행 영업을 하도록 허락함으로써 은산분리 규제 위반 등 현재 케이뱅크와 관련하여 불거진 각종 법적 문제를 우회하려는 꼼수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국회 정무위에서 최 위원장에게 질의한 의원도 현행 은산분리 규정상 비금융주력자는 지분보유를 10%, 의결권은 4%까지 행사할 수 있지만, 지방은행은 지분보유 및 의결권 모두 15%까지 행사할 수 있는 점을 들면서 '꼼수' 의혹을 제기했다.

꼼수를 논란을 떠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여, 그 사업모델 내에 애초에 지역이란 개념 자체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특정 지역을 영업의 범위로 제한하고 있는 지방은행이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 지방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중심이며 은행법상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이 오로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영업하는 은행이다. 따라서 본점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은행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만 영업이 가능한 지방은행이 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위원장이 그런 발언을 한 까닭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사실상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소위 ‘우허ㅣ전략’이다. 기존 은산분리 규정상 비금융주력자의 경우 은행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을 4%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산분리 지분과 의결권 규제를 완화해 비금융사업자가 은행업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다. 허나 정치권, 금융전문가들의 반대가 심해 은산분리 완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허나 지방은행 인가 기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경우, 비금융사업자는 은행 지분과 의결권을 모두 15%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은산분리 완화가 정치권 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비금융주력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비판을 받는 까닭이다.

지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할 일은 은산분리의 완화를 위한 ‘꼼수’에 대한 골몰할 게 아니라 비정상적이었고 비판을 받고 있는 케이뱅크 인가 문제를 명명백백 해결하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 일체를 전면 재조사 해야 한다. 할 일은 놔두고 ‘꼼수’만 부린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금융위원장과 금융위원회를 시장에서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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