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중 내년도 정규직 전환자 10.2%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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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환을 내세운 가운데 금융공기업들의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부 로드맵에 따라 금융공기업은 올해 내 관련성과를 가시화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나 업무차이, 비용문제 등으로 정규직 전환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직접고용 비정규직, 간접고용직(파견·용역)은 9월 말 현재 총 7480명으로 전체 근로자(2만5317명) 가운데 29.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올해 1분기 말 7467명보다도 13명 늘어난 수치다.

기관별로는 기업은행이 무기계약직 3039명, 비정규직 413명, 파견·용역직 1807명 등 5259명으로 가장 많았다. 총 임직원 대비 직·간접 고용 비정규직 비중도 39.5%로 기업은행이 가장 높다.

이어 캠코 608명(32.9%), 산은 460명(13.4%), 주금공 325명(34.1%), 신보 296명(11.7%), 수은 240명(19.9%), 기보 170명(13.3%), 예보 122명(16.1%) 순이다.

각 금융공기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자체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연내 정규직 전환 대상을 정해야 한다. 현재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기보, 신보, 예보, 주금공, 캠코 등도 내부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관련 내용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방침이 추진된지 6개월이나 지났음에도 현재까지 금융공기업의 비정규직 전환 실적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은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업 내 비정규직 중 내년도 정규직 전환대상은 기간제 근무자 300여명 파견 용역 근무자 중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290여명 등 약 10.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민간 금융기관의 정규직 전환 역시 큰 호응이 예상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마중물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 지적했다.

단순 기능직에 해당하는 비정규직에 대해선 금융공기업이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노동계에서 ‘간접고용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 자회사 설립 방식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지침은 없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이 ‘노노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에 공채과정을 통해 입사한 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파견노동자들의 업무 차이, 소속 용역업체 처우 등이 각기 상이해 이를 조율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공기업 한 관계자는 “콜센터나 사무보조 등 일부 업무는 전문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게 일반화돼 있다”며 “인건비 문제나 업무 차이, 기존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걸려 있어 전환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전환이 지연되는 가운데 하소연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수출입은행에서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백상기업의 미화원들은 호소문을 통해 “용역회사가 식대도 없는 임금착취를 하고 있음에도 사측에선 수출입은행에서 감사를 받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정규직화로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그것보다 더 절실한 건 지금 이 현실을 바꿔놓지 못하면 우리 인생이 더 초라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비정규직 31만6000명 중 합리적 사유가 있는 14만1000명을 제외한 약 20만5000명(64.9%)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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