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지난 3일 정지원 신임 거래소 이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다. 그동안 한국거래소의 수장 취임마다 불거졌던 낙하산 논란은 정권이 바껴도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거래소를 통해 하루 평균 90조원이 넘는 금융상품이 거래된다. 자본시장의 발전을 주도해야하는 한국거래소의 수장 자리가 더 이상 불신의 아이콘으로 굳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만큼 수장들의 공익과 투자자보호를 위한 노력들이 이슈로 부각돼야 경쟁력이 생긴다. 정 이사장 역시 3년 뒤, 지금과 같은 ‘관치’ ‘낙하산’ 타이틀로만 임기를 끝내길 원치 않을 것이다. 

오명을 벗기 위해 그가 가장 매진해야 할 점은 위기의 코스닥시장을 부흥시키는 데 일조해 성과를 보여주는 것 뿐이다.

정 이사장은 코스피의 활황과 코스닥의 부진이 대조되는 시기에 취임했다. 그만큼 그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승률은 11% 수준에 그쳐 26.2%를 기록한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대장주로 불리는 셀트리온을 포함해 신라젠 등 8개 종목이 전체 거래량을 견인하고 있다.

더욱이 코스닥 내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이 이전 상장을 확정지으면서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몸집이 커진 기업들은 줄줄이 코스피로 떠나는 추세라 코스닥 시장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투자자의 90%가 개인이라는 것이다. 연기금의 투자 규모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국내 4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규모는 상반기 말 현재 3조4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대금에서 국내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7%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의 매수가 많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힘을 합쳐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는 기관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기업들은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종목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내부투자 관리 규정을 지니고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코스닥에 투자할 기관은 없다.

거래소도 코스닥 시장을 위해 동분서주로 방안을 강구해야할 때다. 실제로 정 이사장은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첫 일정으로 코스닥시장위원회 부서장들과 회식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규제완화나 제도 개선을 적극 건의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말로만 하는 방침은 더 이상 필요없다. 기관 투자를 독려하고 시장 내 가능성 있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장벽 완화를 위한 제도 완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선 금융당국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도 기관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모험자본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

혁신기업의 성장 발판인 코스닥 시장의 발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4차 산업혁명도 지지부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코스닥 지수는 사드규제완화의 여파로 전일보다도 1.14% 상승한 709.11을 기록했다. 정 이사장이 취임한 지난 3일, 1년 3개월 만에 코스닥이 700선을 돌파했다. 정 이사장의 코스닥 시장 부흥을 위한 행보가 기대되는 신호탄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