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유권해석에 다운사이징 밴↑… 밴업계 “리베이트 위반이다” 반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카드사들이 ‘다운사이징 밴’(Downsizing-VAN)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비용 감축 차원에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에 직라인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밴 업계는 대형가맹점 리베이트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카드업계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은 홈플러스, GS홈쇼핑, 하이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 다운사이징 밴 도입을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금융위와 카드사 최고경영자 등 업계 관계자들은 간담회를 갖고 신용카드 결제 프로세스 효율화를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위는 기존 밴 중심의 카드결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결제방식을 카드사들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다운사이징 밴은 지난해부터 추진됐다. 농협하나로마트가 ‘직승인 카드결제망 전환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첫 도입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엔 금융위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리베이트 금지 조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히며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 유권해석에 따라 카드사들과 대형가맹점 간의 다운사이징 밴 사업에 추진력이 붙을 전망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다운사이징 밴은 그간의 비용 발생적이던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조치”라며 “기술 발전을 통해 비용을 낮춰 가맹점들에게 이익을 나눠주게 되는 것”이라 말했다.

문제는 다운사이징 밴의 리베이트 금지 조항 위배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밴 업계는 카드사와 대형가맹점들의 이 같은 조치가 특정가맹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적격비용 원칙을 위반했을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밴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중소 밴사들과 제휴해 만들었다는 다운사이징 밴 프로세스는 실상 대형 밴사들의 프로세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저 서버를 추가로 만들어 대형가맹점만 따로 처리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자신들 또한 주 고객인 대형가맹점을 우대하는 식의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지만 서버 구축비용이 더 커질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위반 소지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으로선 실익이 없는 이상 이 같은 일을 할 이유가 없다”며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다운사이징 밴’을 내걸고 밴 비용 절감분을 나눠먹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밴업계 측에 따르면 소액 결제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 카드 승인건수는 증가했지만 카드사에서 밴사로 들어오는 매출액은 도리어 4~5% 가까이 줄었다. 기존 정액제(건수 당 수수료 징수)던 수수료 구조가 정률제(결제금액 당 수수료 징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 시행으로 전표 수거료도 25% 정도 감소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서 밴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2%에서 지난해 말 8.5%로 3.5%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현재 카드사에 을(乙)인 밴사의 특성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밴업계는 이르면 이달 금융당국에 다운사이징 밴의 리베이트 소지를 유권해석으로 재상정할 방침이다.

다만 유권해석 재요구를 하더라도 밴 사업자들의 입장이 수용될 가능성은 부족해보인다. 금융당국에선 밴 이용을 하던 하지 않던 카드사들이 적격비용 원칙을 준수하고 정보보안만 지킨다면 시스템 효율화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 밴을 통한 카드사들의 비용절감과 배분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는 이상 카드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당국은 카드사들이 정보보안을 지키면서 비용절감분을 초과하거나 부족하게 가맹점에게 우대만 해주지 않는다면 밴을 이용하든 하지 않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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