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가능채권 306조원...차선책 신종자본증권 발행 나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업계의 채권평가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도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시가를 평가대상으로 하는 매도가능채권을 늘려 상대적으로 평가이익을 극대화해왔다. 이른바 회계착시효과인 셈이다.

그동안 만기보유증권을 다수 보유한 보험사들은 앞다퉈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를 변경해왔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경우 2014년 15조7000억원 규모의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바꿨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40개 보험사들이 보유한 매도가능채권은 올해 6월 기준 306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2년 239조원 규모에 비하면 약 28.1%(67조3330억원) 가량 몸집을 불려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불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만기보유가 아닌 채권은 시세하락을 장부에 평가손실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기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한 경우 금리가 인상되면 자산운용수익률이 올라 일부 보험사들에게는 이익이다”며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채권평가손실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므로 이는 고스란히 RBC(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 하락까지 이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시 국내 보험사의 채권평가 손실이 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상승폭이 1%포인트까지 달한다면 채권 손실은 19조1000억원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진=뉴시스, 자료는 한국신용평가원이 새 회계(IFRS17)제도 변경시 보험사의 RBC 비율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황이 역전하자 한화생명의 겨우 올해 1월 다시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했다.

만기보유증권으로 운용한다면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값싸게 살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매도가능채권으로 갈아탔던 중소형 보험사들은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른 방도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의 금융자산 계정 재분류를 한번 바꾸면 3년간 변경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야 만기보유채권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아울러 오는 2021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기준 IFRS17을 앞두고 보험사들마다 자본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채권평가 손실에 대한 걱정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신 회계기기준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RBC 비율은 시장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때 29.7%포인트 하락하며 1%포인트 상승할 시 59.1%포인트나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RBC 비율 감소 예상, 자본확충 방안 강구해야

채권평가손실이 불가피해지자 일부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후순위채 발행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발행시 100%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이 유리한 자본확충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생명이 지난 4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흥국생명이 350억원 규모로 발행에 가담했다. 이어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은 5670억원, 564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이러한 채권 손실의 영향은 손해보험업계보다 생명보험업계가 더 받을 것”이라면서 “RBC 비율이 낮은 일부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RBC 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통 보험사의 RBC 비율이 150%를 넘어야 건전한 것으로 평가하며, 비율이 100%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금융 당국의 시정 조치 대상이 된다.

김진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RBC비율이 지난 2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기준금리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는 4분기의 RBC비율은 감소 추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올해 채권 계정과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발행한 한화생명의 경우 RBC 비율이 지난해 말 198.7%에서 올해 6월 말 222.2%로 23.5%포인트 상승했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말 234%에서 올해 6월 말 246.1%으로 올라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혜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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