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율 확대 여파… “수수료로 수익 거두기 힘들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수익성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수수료 비용 증가로 인한 매출 감소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 범위 확대가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 4개 카드사의 3분기 순이익은 총 2715억원이다. 지난 분기 총 순이익 3561억원 대비 846억원 23.8% 떨어진 수준이다.

신한카드의 순이익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2분기 229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신한카드는 3분기 1495억원으로 799억원(34.8%↓)의 순이익 하락을 맛봤다. 업계 최고 수준의 순이익 감소다. 신용카드 수익은 137억원 늘어난 반면 수수료나 포인트, 할인서비스 등과 관련 지출이 915억원 많아졌다. 판매관리비가 120억원 늘어난 부분도 악영향을 끼쳤다.

우리카드는 순이익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지난 2분기 3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1분기만에 121억원(38.5%↓)의 순이익이 떨어진 194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은 50억원 증가한 반면 수수료 수익에 해당하는 비이자이익이 200억원이나 감소했다. 국세매출이 줄어들면서 시장점유율이 9.10%에서 8.85%로 0.25%포인트 하락한 것이 컸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우리카드가 기업과 법인영업에 강점을 갖는데, 최근 공과금 카드납부 한도 폐지 후 관련 실적이 증가했다가 올해 들어 다소 이 부분의 수익이 줄어든 부분이 실적 하락의 요인으로 보인다”며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카드 3분기 순이익도 28억원(11.2%↓) 감소한 22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 비해 수수료 비용이 240억이나 늘어나며 수수료 수익 증가분(233억원)을 덮었다. 판관비가 86억원이나 늘어난 부분도 실적 하락에 나쁘게 작용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73억원으로 지주사 올해 순이익 목표치인 1500억원을 이루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된 국민카드는 3분기 순이익 804억원으로 지난 분기(702억원) 대비 102억원의 추가 순이익을 올렸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이자이익이 71억원 늘어난 부분이 한몫 했다. 반면 수수료 수익에 해당하는 비이자이익은 -99억원으로 지난 분기(-2억원)보다 나빠졌다. 카드사 실적 상승에는 일반관리비와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감소한 부분이 기여했다는 것이 KB금융그룹 측 설명이다.

이를 종합하면 금융지주 계열 4개 카드사 실적에 먹구름이 낀 데는 수수료 수익 하락이 작용했다. 지난 9월 정부가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액 2억원·3억원에서 3억원·5억원으로 각각 늘린 것이 영향을 끼친 모양새다. 실제로 국민카드는 수수료 수익에 해당하는 비이자이익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정부 공약에 따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도 예고됐다. 중소가맹점은 1.3%에서 1.0%로, 영세 가맹점은 0.8%에서 최대 0.5%로 수수료가 내려갈 전망이다. 정부는 카드사에 비용 절감 등 경영 합리화를 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드사는 카드 소비자의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카드론을 늘려나가는 한편 직원도 선제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실적 하락은 정부의 우대수수료 가맹점 확대 정책이 9월 한 달만 시행됐음에도 나타난 결과”라며 “내년 수수료 인하 정책이 시행·반영되면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사실상 전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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