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이동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휴대폰 완전자급제’라 말할 수 있다. 기본료 폐지를 통한 통신비 인하가 사실상 물 건너 간 만큼 유통구조 개혁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발의해 내년 안으로 입법시킬 계획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정부 관계자와 업계에 관련 방안을 마련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제조사가 판매를 맡고 이통사는 개통업무만 처리하는 제도다. 지금처럼 이통사가 판매와 개통을 모두 맡는 것보다 가격이 투명해지고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어 통신비 인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하지만 단순히 판매와 개통을 분리한다고 해서 기존의 기기값이 내린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판매와 이동통신 가입 서비스가 분리되면 통신요금 자체는 줄어들지만 판매점에서 따로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즉 통신요금과 단말기비용을 합치면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들이 단말기 유통 자회사를 통해 기계는 제값에 팔고, 요금제는 요금제대로 비싸게 부과하는 등 저렴하게 휴대폰을 바꿀 기회가 사라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통신사의 약정을 통해 그 동안 받았던 단말기 가격 할인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고가의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상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더라도 극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한 이동통신 단말기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구입자 중 52.2%가 7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만원 이하의 저가 스마트폰 구입 비중은 43.9%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의 구조에서도 일정의 정보만 있다면 충분히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 즉 소비자가 오프라인매장 방문과 검색 등 조금의 노력만 한다면 손해 보지 않고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부작용은 제쳐둔 채 출고가와 통신요금이 내려갈 것이라는 막연한 주장만 이어간다면 소비자에게 잘못된 환상을 퍼트릴 우려가 있다. 지금이라도 제조사와 이통사의 담합 등 근본적인 유통 구조 문제에 초점을 맞춰 분리공시제와 같은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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