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계층 거주불안 커지고, 부채 부담 증가로 삶을 짓누를 듯

김용오 편집국장

[파이낸셜투데이= 김용오 편집국장] 한달 동안 뜸들이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나왔다. 무려 1,400조원에 이른다는 천문학적 가계부채 문제, 이 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부동산 문제를 방치할 수 없기에 문재인 정부는 연이어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10.24 대책의 핵심은 신 DTI와 DSR의 적용이다. 한 마디로, 집이 한 채 있으면 더 이상 거들떠 보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여당의원의 말처럼 ‘집 사서 돈 버는 시대는 갔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일단 관망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결국 서민만 잡을 거라고 본다. 은행 대출규제는 지금도 매우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고 특히 원금과 이자를 같이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이 시행되면서 대출의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 대출규제 강화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은행대출이 더 강화되면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은 더욱 위축 되어 내 집 마련 기회를 포기하거나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정리하는 반면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들은 전세를 끼고 저가매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 실수요자들의 대출문턱은 높이지 않겠다고 하지만 대출을 받지 말라는 무서운 경고에 은행은 잔뜩 움츠릴 게 뻔하다. 여기에 대출금리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실수요자 기준에 충족하는 보통사람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출받아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은 값싼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해서 서민주거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여건상 서민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공공주택이 빠른 시기내에 공급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문제는 이런 수요억제 정책이 지속이 되면 분양물량과 거래량이 줄어들고 전세물량이 감소하면서 서민들의 거주불안이 커지는 부메랑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환능력부족가구의 가계부채가 전체 가계부채1,400조 원의 7%(94조 원)에 불과하여 현재의 상황이 관리가능하다는 듯이 설명했으나 가계부채 부실화위험성 문제는 언제나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 등 취약계층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주장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금리 상승 압력 등을 고려하면 소득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서민들의 가계위기 가능성은 외면할 수 없다. 설사, 현재의 국민 전체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빚에 얽매여 있는 서민들 삶에 대한 대안이 절실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가계대출의 54%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도 현재 금리가 5%대에 진입하여 비록 금융기관이 채무를 회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실세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 증가가 서민들의 삶을 무겁게 짖누를 것이다.

정부가 이른바 ‘빚내서 집사라’라는 기조와 결별하고 대출자 특성에 따라 맞춤대책을 마련한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 취약계층에게 아직도 추가적인 빚을 계속 제공하려고 한다는 점 등에서 아쉬움이 크다. 또 채무조정지원 과정에서조차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운운한다. 과거 정부의 ‘빚 내어 집 사라’는 정책을 되외시 하면서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폭증 문제를 전적으로 국민들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10.24 대책이 발표되자 마자 곧이어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말이 나돌았다.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의 규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입지나 여건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부동산 투자로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규제가 덜한 토지시장으로 발길이 쏟아지고 있다. 거대한 유동자금이 토지로 몰리고 있고 땅에 대한 관심과 수요로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지해라.” 이게 현실이다.

정부가 방폐를 내세우면 시장은 더 날카로운 창을 겨눈다. 정부의 보다 주도면밀한 강력하고근본적 대책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투기세력이 아닌 보통사람, 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지혜로운 방안을 추가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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