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은 옛말, 거리는 한산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에 소재한 평택호관광단지. 사진=한종해 기자

[파이낸셜투데이=박상아 기자] 파도가 일지 않는 바다가 있는 곳. 멀리 수평선이 보여 바다처럼 느껴지는 이곳은 사실 방조제가 물의 흐름을 막고 있는 인공 호수(湖水)다.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대안리에 있는 ‘평택호’. ‘아산호’라고도 불린다. 두 이름의 사용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글의 경제성을 위해 여기에서는 평택호로만 사용했다.

1970년대 평택지구에 농업개발사업의 용수를 조성하고 역류하는 서해 조수의 염해와 침식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아산만방조제가 건설됐다. 이때 생겨난 것이 지금의 평택호다. 평택시와 안성시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젖줄이 된 안성천의 뿌리기도 하다. 지금은 잉어와 붕어 등 담수어의 낚시터로 이름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과 낚시꾼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호수가 조성된 이곳엔 옛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평택호관광단지’가 있다. 이제는 사람을 많이 찾아볼 수 없는 곳이지만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와 LG전자 진위산업단지 건설과 함께 다시 부흥할지 주목받고 있다. 인구 유입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없어.” 단호한 대답이었다. 지난 24일 <파이낸셜투데이>가 방문해 만난 평택호관광단지의 횟집 주인 김영식씨는 대답을 예상하듯 당연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평택호관광단지가 붐볐던 때는 단지 과거라고 말했다. 단골손님마저 발길이 끊겨 언제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횟집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주말에 손님들이 간간이 방문하고 있다. 평일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사실상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평택호 관광단지는 처음 조성됐을 당시 수도권의 관광단지로 접근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곤 했다. 숙박시설과 횟집도 가득 찼던 곳이다. 밤이 되면 도로를 사이에 두고 포장마차가 즐비하고 있어 해가지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상권의 모습은 달라졌다. 평일 저녁이라고 해도 저녁 시간에 손님 한 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버려진 도시처럼 해가 지고나면 발길은 자연스럽게 끊기고, 옛 포장마차가 자리했던 곳은 터만 남아 있다. 거리의 적막함은 평택호의 고요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지모씨는 “사람 발길이 끊긴지는 꽤 됐다”며 “이제는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이라고 씁쓸해 했다.

포장마차 즐비했던 거리였지만 한산한 상황
평택시 “미군기지 이전 효과 없을 것”

평택호 관광단지에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것은 서해대교 건설의 영향이 컸다. 서해대교는 서해안고속도로 구간 중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을 연결하는 다리다.

경기도와 충청남도를 단거리로 잇는 역할을 해 처음 서해대교가 개통됐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특히 서해대교가 가로지르는 행담도는 충남 당진군에 자리 잡은 섬으로 그 수혜를 톡톡히 받았다. 서해대교 바로 밑에 위치한다는 유리한 조건으로 행담도에는 휴게소와 호텔 등이 건설됐고 수도권과 충청권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여행 중 반드시 들려야 하는 명소가 됐다.

다만 ‘평택호관광단지’는 새 시대에 결국 자리를 내줘야만했다. 평택호는 정확히 1973년 아산호 방조제 완공 이후 1977년에 평택호 관광단지로 고시됐다. 이후 수도권 서해안 유명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서울 등지로부터 관광객이 몰려 호황을 누렸다. 평일에도 하루 7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관광단지로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평택호관광단지는 고속 도로 개설이후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접근이 용이한 평택 인근 충남 당진 삽교호로 발길을 돌리면서 유령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미군기지가 서울 용산구에서 평택으로 이사하면서 도시괴담에나 나올 법한 평택호 관광단지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 했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으로 불리는 삼성 평택공장까지 본격 가동을 시작했으니 평택 내부 인구가 늘고 자연스럽게 평택호에도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거는 게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평택은 큰 기대가 없는 상황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사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사를 한다고 해서 평택호 관광단지가 활성화 될지는 미지수”라며 “미군기지와는 거리도 있고 평택호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택시가 그동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듯 보이는 평택호 관광단지를 두 손 놓고 방관한 것만은 아니다. 개발을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했지만 올해 초 부적격 판정을 받고 중단된 상태다. 평택시 관계자는 “미군기지 이전을 고려해서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사업을 추진했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미군기지 평택시대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평택 미군기지 주변 땅값이 크게 들썩이는 등 발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일부지역에 반영되는 듯 싶지만 평택호관광단지에는 여전히 쓸쓸한 적막만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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