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2년간 직원 1281명 자리비워… 정부 ‘일자리 창출’ 기조 역행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카드업계가 인력을 줄여가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년 새 삼성카드 직원이 20%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비씨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7곳의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7개사 직원 수는 총 1만1874명으로 전년 동기(1만2106명) 대비 232명(-1.9%) 줄었다. 지난해 대비 직원 수 감소세는 다소 약해졌다. 하지만 몇몇 카드사들을 위주로 인력감축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삼성카드의 직원 수 감소가 눈에 띈다. 2015년 상반기 2529명이었던 삼성카드 직원은 지난해 2270명에 이어 올 상반기 2078명까지 줄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지난 2년 새 삼성카드의 정규직 직원은 420명(19.6%)이나 빠져나갔다. 새롭게 충원된 직원을 감안하면 회사를 나간 직원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신한·하나카드도 직원 수를 줄였다. 임직원이 2364명인 현대카드는 정규직 직원이 1659명으로 지난해보다 116명 늘어났다. 하지만 기간제 직원은 2015년 상반기 1417명에서 올해 705명으로 2년새 50% 넘게 빠져나갔다. 현대카드 콜센터 담당 직원 상당수가 관련 전문업체로 이관된 영향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신한카드도 전년 동기 대비 정규직 직원은 11명 늘었지만 계약직 직원 125명이 나가 총 임직원 수는 2814명(-3.9%)으로 줄었다. 하나카드도 전년 동기 대비 임직원 15명이 줄어든 770명(-2.1%)을 기록했다. 이밖에 국민·우리·롯데카드는 직원 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이들 7개 카드사에선 총 1281명의 임직원이 줄었다. 직원 10명 가운데 1명은 자리를 비운 셈으로, 카드사 인원 감축이 추세로 자리잡히는 모양새다.

카드사들은 카드업계 전반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카드 우대가맹점 범위를 늘린데 이어 내년에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전반을 인하하는 등 압박을 넣는 탓에 비용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카드 우대가맹점 범위 확대로 인해 카드사 수수료 수익이 44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은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직원을 줄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조233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49억원) 대비 1789억원 증가했다.

7개 카드사의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늘어 지난해 3.9%였던 것이 올해는 4.8%로 0.9%포인트 증가했다. ROE는 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것으로, 카드사들이 자기자본으로 얼마나 돈을 벌어들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따르면 당장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카드업계 주장의 근거가 빈약해진다.

카드업계 희망퇴직은 2015년 신한카드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삼성·현대·롯데카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카드사들이 속속 조직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직간접적으로 비용을 줄이는데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방향은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와도 역행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금융·보험업 취업자 수는 지난 9월 기준 78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당국이 금융권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강조하는 등 채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카드업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로 보인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