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채용'과 '아프니까 청춘이다' 사이의 1백만 취준생들
'특혜채용'과 '아프니까 청춘이다' 사이의 1백만 취준생들
  • 김용오 편집국장
  • 승인 2017.10.25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국회는 인사청탁,특혜채용 근절할 강력한 법.제도 시급히 마련해야
김용오 편집국장

[파이낸셜투데이=김용오 편집국장] 꽤 오래된 얘기 하나. H 시중은행에 당시 여당 모 국회의원 딸이 ‘빽’으로 입행했다. 담당업무가 은행업무로는 동떨어진 본점 도서관리였다. 그 까닭이 어처구니 없었다. 그 여직원에게 지점의 이런 저런 은행 업무를 맡겨 봤지만 엉망친장이라 어쩔 수 없이 본점에 자리를 만들어 책 수발 등 단순한 일을 맡긴 것이었다. 허나 그 일 조차 제대로 못해 본점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와 맞물려 이른바 ‘특혜채용’ ‘인사청탁’ 문제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강원랜드에 입사한 수백명의 직원이 청탁에 의한 특혜입사자이고,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라는 우리은행 신입행원 공채에 십수명이 인사청탁에 의한 특혜입사를 했다. 이어 금융회사, 공공기관, 공기업 등 이곳저곳에서 소위 ‘금수저’들의 ‘특혜 취업’ 실상이 터져 나오고 있다. 허나 이같은 ‘민낯’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새삼 물증으로 확인된 것 뿐이다.

‘특혜 채용’ 뉴스는 1백만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또 취준생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 허탈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취준생들에게 ‘이력서 100장은 기본’이고, 이들은 ‘자기소개서에 파묻힌 청춘’으로 불리운다. 이러한 현실에서 누구는 부모 빽으로 손쉽게 뒷구멍 입사를 하다니.....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한 취준생의 일기장이다. <나의 취준의 발자취> 3월 말 시작. 5월 취업특강 참석. 6월 26일 토익 9**으로 그냥 자체 졸업. 7월 말 토익스피킹 첫시험 레벨 7으로 자체졸업. 8월 말 한국사능력시험1급 KBS한국어 2급으로 졸업. 7월 초 ncs강의 수강. 7월 초 경제학 강의 수강과 문풀 시작. 9월 문풀강의. 8월말 자소서 특강 및 상식 특강 조인. 11월 중순 코트라 무역협회 강의 들음. 9월부터 지원시작. 한국 000 서류합 인적성 탈. 내가 가려고 스펙 맞추고 준비했구만...전공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고 적성에서 말릴 줄...에이ㅓ쳐겨류퍄갸더ㅑ쳐펴고타퍄겨댜야려려더오-내 마음의 소리. 0000서류 합 ncs 탈. 이 회사 중심으로 준비를 했는데 ...붙을 리가 만무하다. 여긴 괴물들이 너무 많다. 0000 서류 탈. 0000 면접탈. 000000 2차 탈. 한국 0000 서류 합 (0000시험날짜 겹쳐서 못봄) 지금 한국 00000 지원.0000 자소서 쓰고 있는데 100여명 뽑는데 10만명은 지원할 것 같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량진 학원가, 전국 독서실, 원룸에서는 1백만 취준생들이 이보다 더하면 더한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를 보면 어쩌다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 “특히 사회 유력인사들의 청탁에 의해 비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려온 셈으로서 국민들에게 아주 큰 실망감을 주고 또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취준생과 부모들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들에서 잇따라 대규모 부정 채용 사례가 드러나자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채용비리 조사를 지시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로 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최근 모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취준생의 절반 이상인 54.1%가 ‘청년 취업 문제는 앞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공공기관들이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청년 고용 지표들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청년 취업 환경속에서 소위 ‘괜찮은 직장’ 취업에, 시쳇말로 인생을 거는 취준생들에게 ‘금수저’들의 특혜채용 뉴스는 과연 어떤 기분일까? 지난해 우리은행 공채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A씨는 “솔직히 어느 정도는 ‘빽’이 작용할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이고 직접적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제 정부, 국회는 말로만이 아닌 법적, 제도적으로 인사청탁, 특혜입사를 방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인사채용과 관련해 문서를 조작하거나 위·변조 할 경우 공소시효를 연장하고, 또 인사채용 관련 서류는 영구보존을 원칙으로 하며, 인사 채용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인사청탁, 특혜채용에 관련해 강력한 처벌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또 인사청탁, 특혜채용은 법과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드러난 우리은행 ‘특혜채용’ 경우에도 은행측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기에 특혜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확인되자 말문을 닫았다.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다.

1백만 취준생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높디 높은 취업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밤낮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위로 보다, 아프지 않게 해줘야 한다. 정부,국회의 진정성 있는 강력한 노력이 시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