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만 기입하면 OK…
미성년자 ‘배그’ 이용에 PC방 ‘골머리’

▲ 사진=밸브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글로벌 유명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이 부실한 성인인증으로 도마에 올랐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특성상 국내 인증 수단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팀의 대표적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이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 게임사 밸브(Vave)가 서비스 중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은 별도의 성인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스팀 자체가 글로벌 통합 플랫폼인 만큼 한 국가에 맞춰 별도의 서비스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스팀에서 해당 이용자가 미성년자인지를 구별하는 수단은 가입 시 기재하는 생년월일이 전부다. 이마저도 가입자가 임의로 생년월일을 조작할 수 있어 사실상 성인인증 과정 자체가 없는 셈이다.

사실 스팀의 성인인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임을 직접 구입해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스팀의 존재감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 제작사 블루홀이 출시한 배틀그라운드가 청소년들이 주로 시청하는 개인방송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스팀의 점유율도 수직상승 했다. 결국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로 인해 스팀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을 국내 미성년자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C방 업계는 당혹스런 입장이다. 지난해 블리자드사의 오버워치 초등학생 단속사건 이후로 골머리를 앓던 PC방 업계에 또 다른 복병이 등장한 셈이기 때문이다.

오버워치는 15세 이용가 게임으로 초등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다수의 청소년 들은 명의를 도용하거나 계정을 빌려 오버워치를 즐겼고, 이에 대대적 단속에 나선 지자체와 경찰에 의해 PC방업계가 그대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 게임 이용 등급을 정하는 게임물관리 위원회는 손 쓸 방법이 없다는 형식적인 말만 반복하고 있다.

게임물관리 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팀의 경우 성인인증과 관련해 딱히 제제할 방법이 없다”며 “지자체, 경찰과 협력을 통해 PC방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에서 게임 이용등급과 관련해 우선적인 교육이 선행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밸브사와 이용등급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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