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철수로 유치 가능성 높아져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파이낸셜투데이=오만학 기자] 방산비리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주식거래가 재개되면서 KAI가 경남 사천시와 벌이고 있는 항공정비산업(MRO)단지 조성 사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KAI에 대한 주식 매매 정지 조치를 풀고 이날부터 거래를 허용했다. 앞서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는 KAI의 방산비리 논란과 관련,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 해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 회사에 대한 주식 매매를 정지했다.

거래 재개 첫 날인 지난 19일 KAI는 전 거래일(11일)보다 18% 급등한 5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날인 지난 20일에도 전일 대비 3.91% 증가한 5만84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KAI에 대한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가 사실상 일단락되자 주식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감사원은 한국형 헬기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했다며 검찰에 KAI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7월 KAI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9월에는 하성용 전 KAI 사장을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맞는 첫 대형사건이었던 것만큼 KAI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단행했지만 결국 방산비리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압수수색 당시만 해도 ‘오랜 기간 내사해 온 사안’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지난 11일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에는 하성용 전 사장을 비롯한 12명의 전·현직 임직원의 분식회계 및 채용비리만 담아내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는 일주일 만에 유가증권시장에 복귀한 KAI에 대해 일제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이투자증권은 “KAI가 신임 대표이사의 내정으로 경영 지향점이 투명성과 청렴성으로 점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도 “검찰조사가 거의 종료되면서 추가적인 혐의 발견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이번 사태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내다봤다.

주식 거래 재개 등 KAI가 경영정상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KAI의 항공정비산업단지(MRO) 조성 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MRO산업은 항공기의 주기적 정비·수리 및 개조개량에 관한 사업이다.

최근 국산 완제기의 생산·수출 확대와 저가항공사의 급성장으로 MRO를 포함한 후속지원산업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현재 항공기 후속지원사업은 전체 항공 산업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 MRO 시장은 이렇다 할 산업 육성 정책의 부재로 대외 의존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등 일부 대형항공사를 제외한 국내 항공업계는 항공기 정비 업무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 등 해외에 위탁하고 있다. 정부는 약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국부의 해외유출을 막고자 2015년과 지난해 MRO 사업 유치 방안을 발표하며 MRO 유치법인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정비결함으로 인한 항공기 결항 및 지연 사건이 잦아지면서 항공정비단지 필요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일 이학재 바른정당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국내 15개 공항에서 정비 미흡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 및 결항 건수는 총 7342건에 달했다. 특히 2013년 1232건을 기록한 이후 ▶2014년 1484건 ▶2015년 1637건 ▶지난해 1694건 등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학재 의원은 “정비 결함은 항공기 운항 안전과 직결돼 승객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항공안전을 위해 항공정비단지를 조속히 조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해 7월 경남 사천시와 손을 잡고 국토교통부에 MRO단지 조성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KAI와 MRO산업 유치 경쟁을 벌이던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달 MRO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면서 국내 첫 MRO산업단지가 KAI와 손잡은 경남 사천에 유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산업의 특성상 사실상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업체가 KAI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단기적으로 엄청난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회사로서 일종의 의무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성섭 KAI 부사장은 지난 19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2017 서울ADEX 항공전문가포럼’ 환영사에서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체계를 갖춰나가겠다”면서 “국민들도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마음으로 성원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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