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처럼 이사회서 자율적으로 합병가격 산정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기업금융 등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선진 IB 시장을 벤치마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3일 오전 10시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해외 IB들에 비해 국내 증권회사들이 부진한 이유를 제도적 원인에서 찾았다. 그는 이날 ‘증권회사의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핵심과제 30개는 외국계 IB 대표와 베스트 애널리스트 인터뷰, 업계 공동 TF 구축 및 운영, 해외기관 미팅을 거쳐 선정됐다.

먼저 금투협은 인수합병(M&A) 대상기업을 위해 합병가액을 자율적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금융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사회가 회사의 주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합병 비율을 자율적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삼성물산과 제일 모직의 합병은 법령(자본시장법 165조 4항, 시행령 176조 5항)에 따른 것이었지만 상식과는 어긋난 결과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합병시 자본시장법에 근거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은 M&A를 할 때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있다.

황 회장은 “법에 따라서 합병가액을 산정하다보니 상식과 어긋나는 일들이 발생한다”며 “해외기업들처럼 이사회에 관리자의 의무를 부여하고 이들이 회사 이익을 위해 주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합병 조건, 비율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사회의 신뢰성 문제는 공론화에 부쳐 실질화 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롤모델, IPO규제 개선해 투자효율 높여

이밖에도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국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금투협은 사모시장과 전문투자자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수익 잠재력과 위험을 동시에 보유한 모험자본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공모와 사모의 판단 기준을 청약 권유자 수에서 실제 청약자 수로 개편해 사모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문투자자 역시 협회 등록 방식이 아니라 증권사가 전문투자자 해당 여부를 판단해 전문성 있는 개인 투자자로 대상으로 넓히기로 했다.

원활한 기업공개(IPO)를 위한 규제 개선도 모색한다. 허욱 증권지원부 부장은 “증권회사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지분투자를 한 비상장기업의 상장주관 업무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업집단이나 특정 운용사 펀드를 30% 이상 판매한 증권사 즉 관계인수인이 인수하는 증권사에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식이다. 현재는 관계인수인 인수증권에 대한 수요예측은 금지하고 있다.

현재 골드만삭스 등 해외 IB의 경우 일단 투자한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마친다. 이후 해당 회사가 재무제표 조작 문제 등에 직면하게 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최고 책임자에 대한 사후 제재를 강화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지키도록 만든다는 얘기다.

황 회장은 “골드만삭스는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고 대출도 해주고 상장까지 시켜 차익을 얻는다.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해외 IB의 표준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투협은 투자자 보호에 대한 개념과 용례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내놨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는 일반 개인뿐만 아니라 전문 투자자, 법인과 연기금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투자 취약계층과 전문지식을 갖춘 투자자들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개인 투자자에는 금융 지식이 적은 일반인부터 슈퍼개미급 전문가들까지 종류가 넓은데 정부는 전자의 개인 투자자를 기준으로 보호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전문개인투자자의 영역을 따로 설정해 보호영역에서 제외시키는 등 몇 가지 규정시행령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로 들어서면서 모험 자본 공급의 역할로서 금융투자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규제 개선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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