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우리은행 채용비리 중 금고 관련만 3건”… 제도 시정 목소리 커져

심상정 정의당 의원. 사진=심상정 의원 블로그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시중은행 6곳이 지난 10년여간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방자치단체에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대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자체 금고 운영에 대한 협력 사업비 명목인데, 최근 우리은행 채용 비리도 이와 관련된 ‘대가성 청탁’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년간 시중은행이 광역시·도와 시·군·구 등 지자체에 금고 출연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9957억7000만원이다.

지자체들은 특정은행에 지방금고업무를 위탁한다. 자체 심사를 통해 은행을 선정하며 위탁 기간은 통상 4년이다. 지자체 금고은행으로 선정된 은행은 정부 교부금과 지방세, 각종 기금 등을 예치 받고 세출, 교부금 등의 출납업무로 수익을 거둔다. 지자체는 그간 은행들로부터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돈을 출연받았다.

2007~2017년 은행별 금고 출연금. 자료=심상정 의원 블로그 갈무리

은행별로 보면 최근 채용비리로 부침을 겪고 있는 우리은행이 3649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NH농협은행 3465억원, 신한은행 1817억2000만원, KEB하나은행 466억8000만원, IBK기업은행 363억5000만원, KB국민은행 196억60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심 의원은 최근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문제가 금고운영권과 관련이 깊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채용된 추천인 명단 16건 가운데 3건이 ‘금고 대가성 비리’라며 신원을 가린 명단도 게재했다.

심 의원은 “추천인 명단 16건 중 3건의 청탁관련자가 종로부구청장과 국군재정단 연금카드 담당자, 국기원장”이라며 “이들은 금고 선정 및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갑’의 지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1월 현재 전국 광역시도와 시·군·구 등 지자체 금고는 일반회계 기준 총 243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의 지방재정은 2015년 기준 175조3338억원에 달한다. 지자체별 운용 자금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한다. 경기도나 서울시와 같은 대형 지자체는 20~30조원의 자금을 운용한다. 파이가 크다보니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지방금고 유치와 관련된 비리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한 시중은행 본점 기관고객부와 전 인천시 생활체육협회장 A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2011년 인천시 시금고 관리은행에 재선정되도록 지자체를 후원하는 A씨에게 2억원대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 지자체 금고은행 선정 후 지자체장 아들을 특혜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고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이 떨어지거나 부정한 로비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2012년 국민권익위는 지자체가 금고를 지정할 때 관련 평가 항목을 개선하고, 출연금을 세입에 포함하지 않은 채 지자체장이 자의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세부 항목에 금고 출연금이 제외되기도 해 법·제도적 규제가 강화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 의원도 “금고 관련 비리 척결을 위해 2012년 발표한 ‘공공기관 금고지정 협력사업비 운영 투명성 제고’ 권고사항에 대해 철저한 이행점검에 나설 것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주문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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