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에서 돈 벌어 사적으로 ‘펑펑’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한 함승희(가운데) 강원랜드 사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임기 한달여를 남긴 상황에서 대규모 채용비리 의혹에 이어 함 사장의 호화 관용차 논란까지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19일 진행되는 국정감사 중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다. 강원랜드 직원 채용비리 의혹이 도마에 오르기 때문인데, 청탁자 명단에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의 이름이 다수 올라와 있는 만큼 여당의 집중공세가 예상된다.

호화 관용차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함 사장은 19일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 이어 오는 31일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 이슈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강원랜드 ‘함승희 호’는 출항부터 시끄러웠다. 함 사장은 친박인사로 박근혜 정권초기 강원랜드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 카지노사업과 연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원 양양 출신 함 사장은 1980년 사법고시(22회)에 합격해 검사가 된 후 서울지검‧수원지검 특수부 및 대검찰청 연구관을 지내며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권련형 방산비리인 ‘율곡 사건’과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1년 사이 조직폭력배 280명을 구속하며 ‘최단기간 최다범법자 구속’ 기록을 수립해 2001년 ‘한국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그는 2002년 1월 새천년민주당에 입당,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저격수로 활동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리에 공을 세웠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에 이어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집권세력과 등을 돌렸고, 2007년 민주당을 탈당, 2주만에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친박연대에 이름을 올린 함 사장은 공천심사위원장과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대표적 친박계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포럼 오래’라는 연구 모임을 운영하면서 박근혜 정권을 물밑에서 지원했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은 함 사장은 공기업 중 노른자 자리로 꼽히는 ‘국가 공인 도박장’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그는 지금껏 ‘함승희 천하’를 구축해왔다.

9월 20일 부정청탁에 따른 채용비리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강원 정선 강원랜드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강원랜드 행정동을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함 사장은 측근들을 강원랜드 주요 임원에 임명했다. 포럼 오래 회원을 연봉 1억4000만원의 감사실장과 시설관리실장으로 데려왔고, 강원랜드 4본부장 중 하나인 카지노본부장에는 육군 수사계통 전직장성 출신의 비전문가를 앉혔다.

탄핵 정국 당시 박 대통령에 의해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차기 국무총리로 지정됐을 때도 함 사장의 입김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함 사장은 김 교수를 포럼 오래에서 활동하도록 이끈 바 있다.

함 사장 앞길에 걸림돌은 없었다. 당시 강원랜드는 자정 능력을 완전 상실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 임직원 32명이 총 453명의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함 사장 전 강원랜드 ‘조타’를 맡았던 최흥집 전 사장은 267명, 김 모 전 부사장은 30명을 청탁하는 등 전‧현직 임직원들이 인사청탁 비리에 관여했다.

특히 2012~2013년에 채용된 인원 전부가 청탁대상자였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최근 <한겨레>는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2013년 강원랜드 채용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체 지원가 5286명 중 합격자 518명 모두가 청탁자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사채용 비리를 감독해야 할 감사위원장과 감사실장, 사외이사까지 청탁에 관여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 소속 공무원과 국회의원, 언론인, 교육자, 종교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청탁자 명단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 사장 관용차에 대한 호화‧불법개조 주장도 제기됐다. 산자중기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함 사장이 매매가 5539만원의 카니발 리무진 차량을 리스해 3년간 1억868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이 확보한 강원랜드의 차량 임차 입찰 공고문에 포함된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마사지 시스템, 의전용 전동시트, 독서등, 수납장, 브라인드 및 바닥매트 개선 등에 3434만원의 개조비용이 소요됐다. 이에 따라 함 사장 관용 리무진의 3년간 리스 비용은 차량 매매가의 2배 가까운 1억868만원으로 늘어났다는 게 유 의원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 측은 “함 사장이 사용하는 차량은 배기량 2199cc에 불과한 카니발 다인승 차량”이라며 “카지노 업계의 VIP 방문시 의전을 위해 의자 등 내부 편의시설이 보강된 사양의 차량을 리스사로부터 임차해 사용하는 것이지 불법 개조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내부 수리 비용만 3400여만원으로 중형차 한 대 값이라는 점과, 함 사장이 2014년 취임 후 차를 세 번이나 바꿨다는 점, 지난 4년간 법인카드로 서울 여의도와 용산 등의 특급호텔에서 3500여만원을 사용한 점, 휴일에도 호텔에서 하루 100만원 넘게 쓰고도 ‘비서실 접대비’나 ‘회의비’ 등으로 처리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강원랜드의 해명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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