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카드론 수익으로 손실분 메워… 카드사 “현금서비스는 줄어”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들어 카드론 수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카드사가 비용을 줄이기 보단 고금리 신용대출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마케팅 비용은 총 2조7082억원이다. 7개사 상반기 총 카드 수익이 8조7975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순수 마케팅 비용에만 30.8%를 들인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3년 3조8470억원이던 카드사 마케팅 비용은 2014년 3조7208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5년 4조4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72억원 늘었고, 지난해는 4조9287억원으로 5007억원 증가했다. 올해는 관련 비용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월 금감원은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급증에 대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가 1.8개꼴로 포화시장인 상황에서 타사 고객을 뺏기 위해 고비용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카드업계는 사업 특성을 고려해달라는 입장이다. 마케팅 비용은 할인과 포인트 적립 서비스, 무이자할부, 광고비 등을 포함하는데 최근 카드 사용실적이 증가함에 따라 이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상품의 약관을 금융당국에 승인 받을 때 ‘과당경쟁’은 당국이 가장 신경 써서 보는 부분”이라며 “부가 서비스도 임의로 줄이거나 늘일 수 없도록 제도화돼 구조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채이배 의원실

문제는 이들 카드사가 관련 손실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카드론 수익을 큰 폭으로 늘렸다는 점이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는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카드론으로만 총 10조423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체 영업 수익의 13.7%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4년 2조6235억원이었던 카드론 수익은 2015년 2조9220억원, 지난해 3조2193억원으로 계속 증가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1조6583억원을 기록했다. 연 단위로 환산할 경우 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금 조달비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조달자금 86조871억원에 대해 지불한 이자는 연 3% 이내였다.

반면 이들이 판매하는 대출 상품의 평균 금리는 카드론의 경우 13.2~15.4% 사이였고, 현금서비스의 경우는 18.9~21.4%에 달했다. 카드사들이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수수료와 마케팅비 손실 등을 카드론 수익으로 메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 제 의원은 금감원 국정감사 자리에서 “카드사 조달금리가 1~2%대로 낮은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금융회사가 덕 보라고 기준금리가 낮은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카드론 영업에 집중하면서 20배 전후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선진국과 달리 시스템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시장 자율화에 맡길 게 아니라 당국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말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으로 손실을 메우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다. 그 반대로 카드사 현금서비스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부분은 간과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케팅비를 절감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고객 혜택을 축소하라는 이야기와 동일하다”며 “최근 카드사 업황이 어려운데 당국과 국회의원들이 카드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