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전문가 "민간 금융사 폐지 관건"…창업·재기 걸림돌 지적

한 시중은행에서 소비자가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준영 기자] # 기업인 김씨는 15년전 한 저축은행에서 사업 자금 145억원을 대출받았다. 저축은행은 김씨의 주택을 담보로 잡고 김씨에게 대표이사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해당 저축은행은 김씨의 아내, 딸과 아들, 사위까지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몇 년 후 사업이 망해 은행은 담보로 맡긴 집을 처분했다. 김씨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문제는 자식들이었다. 김씨 아들도 연대보증으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현재 김씨 사위가 10여년째 저축은행에 빚을 갚고 있다. 김씨 사위는 최근 집을 마련했으나 이마저도 해당 저축은행이 강제 경매를 신청했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제 폐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민간 금융사들의 대표이사 연대보증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는 창업과 재기 활성화의 대표적 걸림돌로 꼽힌다.

연대보증제는 돈을 빌린 사람이 계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제3자의 재산으로 채권자의 채권을 담보하는 제도다. 개인대출에서 연대보증은 지난 2012년 사라졌다. 그러나 기업대출에서는 대표이사 연대보증 관행이 남아있다.

특히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는 창업과 기업인 재기를 막는 큰 장애물로 지적받고 있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는 금융기관 관행에 따라 회사 채무에 대해 대표와 대주주 등 경영인이 연대보증하는 제도다. 회사가 망해도 대표가 회사의 금융·조세 채무를 개인 재산으로 갚아야 한다. 대표이사까지 파산해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처럼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는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유한책임의 주식회사 시스템을 제약한다.

미국은 대표이사 연대보증제가 없다. 이에 창업과 기업인 재도전이 활발히 일어난다. 일본과 프랑스는 연대보증제가 있으나 한국과 같이 연대보증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오진균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주식회사 원칙상 기업 대표는 유한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나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는 대표에 무한 책임을 부과한다. 회사가 망해도 채무는 남아 창업 의지를 꺾는다"며 "외국 기업들은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이뤘다. 이 제도는 은행 등 채권자만 생각하는 제도다"고 말했다.

한 기업인은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는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불합리하다"며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8월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 자리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경영주의 연대보증을 점차 폐지하기로 했다. 연대보증제도가 폐지되면 연간 최대 7조원의 연대보증이 면제된다. 최대 2만4000명이 혜택 받는다.

기업인들과 전문가들은 대표이사 연대보증제 폐지가 정책금융기관을 넘어 민간 금융사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진균 실장은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는 우선 정책금융기관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 결국 민간 금융사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를 없애려면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책임경영 심사 도입 등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를 폐지하면 대표가 책임지지 않기에 채권 회수시 무리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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