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이 단순 ‘불친절’?…사유 입증 사실상 불가능

▲ 위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경기도에서 시내버스를 운영 중인 시흥교통이 승객을 향한 버스기사의 폭언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가 승객에게 가하는 불친절 행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를 담당해야 할 지자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1일 의자제조사 납품업체에 근무하는 강모씨(가명)는 경기도 시흥시 시흥교통에서 운영하는 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에 해당 소속 버스기사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강씨는 자신에게 두 배의 승차요금이 부과된 것을 두고 기사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기사는 되레 자신을 의심한다며 승객인 강씨에게 인신공격을 한 것이다.

심지어 해당 기사는 항의 표시로 버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버스를 세워 강씨에게 강제 하차를 종용하거나 버스비를 물어 줄 테니 조용히 좀 하라는 등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지속했다. 이에 일부 승객이 안전의 위협을 느껴 항의했지만, 해당 기사는 무차별적인 버스운행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문제가 발생한 당일 시흥교통을 직접 찾아가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지만, 해당 관계자는 “승객과 기사가 오해가 있었다”면서 이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고 강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시흥교통은 해당 승객과 관련한 사실관계는 물론 버스기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흥교통 관계자는 “운행 도중에 승객과 발생한 문제는 한 번 정도는 대부분 넘어간다”며 “자꾸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이상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흥교통의 이러한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강씨의 사례처럼 승객을 향한 폭언에 대해서 별다른 처벌규정이나 지침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흥교통의 내부규정상 기사의 폭언은 ‘승객 불친절’ 사유에 해당한다. 만약 사유가 입증되면 해당 기사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불친절’ 사유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중교통 중에서도 버스는 승객들과의 마찰이 잦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하철과 달리 고객 민원에 대한 대처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짙다. 이 때문에 버스 내에서 불친절 사유로 문제가 제기된 기사가 회사의 제재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법규 위반과 정류장 외 무단정차 등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로 버스업체도 승객과의 문제는 조정을 통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남았다.

특히 강씨의 경우처럼 버스기사가 물리적인 폭행이 아니라 폭언을 가한 경우 승객이 버스업체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기가 더욱 어렵다. 버스 내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는 음성을 담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녹취록이 없는 승객은 버스기사의 폭언 및 과도한 불친절에 대해 억울해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해당 버스를 자주 탑승한다는 양모씨는 “가끔 이유 없이 심하게 말씀하시는 기사 분들이 있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냥 듣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시흥교통 관계자도 “녹취록이 없으면 (기사의)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다. 경기도 버스는 물론 시 역시 승객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버스는 승객과 관련한 문제는 관할 지역과 해당 업체의 문제이며,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를 관할하는 시 역시 승객과 발생한 문제는 해당 업체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시흥시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해당 회사에 요구한 조치는 없다”며 “승객과 기사간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시흥교통 관계자는 “채용할 때 교통안전공단 검사지를 통해 참고해서 채용하고 있다. 기사들의 인성적인 부분도 판단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당 기사에게 경위서를 작성하게 하고 조치하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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