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원리금 1년 만기 투자 상품을 1~3개월 만기로 운용… 전문가 “부동산PF도 위험”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P2P금융업체의 아마추어적 운영구조 탓에 투자자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특정 업체의 원리금 연체율이 70%를 넘어서는 등 P2P금융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개인 간 금융거래인 P2P금융은 현재 누적대출액이 1조7000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하지만 업체들이 안일하게 사업을 벌이는 탓에 연체·부실율이 점차 늘고 있다. 금융당국도 부동산 포트폴리오(PF) 상품의 리스크를 지적하고 나섰다.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16일 P2P업계에 따르면 P2P금융업체 펀듀(Fundu)가 상환 중인 투자 상품 41개 상품 가운데 23개 상품이 30일 이상 연체중이다. 대출 잔액으로 따지면 255억1299만원 중 183억1190만원(71.8%)에서 연체가 발생한 것이다. 30일 이내 연체 중인 ‘상환지연’ 상품까지 따지면 현재까지 펀듀에서 상환이 지연되는 상품은 32개, 235억2399만원이다. 전체 잔액 중 92.2%에 해당하는 액수다.

한국P2P금융협회는 이와 관련해 2차례 펀듀 본사 실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펀듀의 사업 운용 구조상 문제를 발견했다.

펀듀는 최근 들어 원리금 상환 만기가 투자 마감일로부터 1~3개월인 투자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해왔다. 일반적인 P2P투자상품의 원리금 상환이 약 1년 수준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예정 상환 만료일이 아주 빠른 셈이다.

협회에 따르면 펀듀는 지속적인 투자 상품 판매를 통해 기존에 판매한 상품의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적용된 P2P가이드라인 상 ‘개인당 투자한도 제한’ 규제가 펀듀의 발목을 잡았다.

공시자료를 확인한 결과 펀듀의 투자상품 판매는 지난 7월까지 급증했지만 8월부터는 사실상 정체해왔다. 지난 7월 기준 249억5295만원이던 펀듀의 대출 잔액은 지난 8월 252억4979만원으로 3억원 남짓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9월에는 240억435만원으로 오히려 12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대출 잔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투자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판매한 투자상품의 원리금만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투자금이 들어와야 기존에 팔았던 투자상품의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투자금이 적게 들어오는 상황에서 나가는 돈이 더 많으니 연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미드레이트 대표)은 “통상 원리금 1년 상환으로 판매되는 투자 상품을 2~3개월 상환으로 운용해온 것이 투자한도 제한과 맞물리며 생긴 문제”라며 “실사 결과 사업방식 등에 있어 몇가지 문제가 있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펀듀 측으로부터 오는 20일까지 시정 조치를 예고 받은 상황”이라 밝혔다.

P2P투자자들은 펀듀의 원리금 상환 지연에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펀듀 103호’ 상품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2개월 후에 상환한다는 약속과는 다르게 현재까지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펀듀 측에 문의했지만 특별한 답변이 오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P2P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선 펀듀 투자상품에 투자한 수십 명의 투자자들이 상환지연문제로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사역량 부족한 업체들 PF 운용 실패… 금융위도 부동산PF 경고

P2P금융업체의 아마추어적 운용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단일 업체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부동산PF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펀딩플랫폼의 연체율은 13.44%, 90일 이상 연체되는 부실률은 무려 19.05%다. 2015년부터 사업을 벌여온 빌리(Villy)의 연체율과 부실율도 각각 17.89%, 10.48%를 기록하고 있다. 원금 상환이 없는 P2P금융의 특성 상 투자자 원금 손실도 점차 늘고 있다.

P2P금융 전문가들은 부동산PF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PF의 경우 대출의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다수 이해관계자가 껴있는 상황에서 사업주체의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아 전반적인 리스크가 높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9월 부동산PF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부동산PF 비중이 50% 이상인 업체 14개사의 평균 부실율이 1.69%로 여타 업체 평균인 0.46%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최근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향후 부동산PF대출의 투자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면 P2P대출업체는 부동산PF대출을 담보확보와 우수한 입지 등 낮은 투자위험과 15~20%의 고수익이 가능한 상품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어 투자자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2P업계 관계자도 “최근 연체가 발생하는 업체들 중 상당수가 ‘부동산 PF’에 몰려있다”며 “부동산PF의 특성상 상품 운용 시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 많지만, 몇몇 심사 역량이 부족한 업체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운용하다 연체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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