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금융당국 나서 이해관계 조정해야”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정부가 지난 7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을 발표하며 소액해외송금업 관련 규제를 풀었지만 아직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 핀테크 해외소액송금업체가 제한적이다. 업계는 해외송금사업 구축에 있어 은행권 협조가 부족해 현실적 사업 진입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당국이 나서 은행권과의 이해관계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은행은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은 최근 소액해외송금업자의 실명확인 지원을 위한 공동 오픈플랫폼(API)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상계좌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해외송금업자는 매 송금마다 실명확인을 반복할 필요 없이 최초 거래 시에만 실명확인절차를 이행하게 된다. 이후 동일한 송금자가 추가로 송금할 경우 금융회사 간 공유된 송금정보를 활용해 실명확인 생략이 가능해지게 된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늦었다’는 반응이다. 해외송금업체 ‘핑거’의 양재봉 해외송금 본부장은 “실명확인과 관련해서는 지난 1월부터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온 부분인데도 관련 조치가 없었다”며 “지난 7월 관련법 시행령 통과로 법적 기반이 마련됐음에도 시스템 부재로 업체들이 사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협회 회원사들 가운데 소액해외송금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업체는 20여 곳이다. 하지만 이들 중 현재까지 관련 사업을 시작한 곳은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은행권 협조가 부족하다는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해외송금방식 중 대다수 업체가 선정한 ‘프리펀딩’ 방식은 해외 파트너사 역할을 하는 국내 은행에 이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중은행들이 이를 꺼리는 탓이다.

한 핀테크 소액송금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라이선스까지 다 따놨음에도 은행들이 당국 규제와 자금세탁 이슈 등 각종 이유를 들며 계좌 개설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사업을 시작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당국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핀테크 업체들과 섣불리 제휴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당국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십억원 대에 달하는 서버 및 전산구축 비용도 이들에겐 걸림돌이다. 정부가 소액해외송금업 등록을 위해 자기자본 10억원을 포함해 전산설비와 외환전문인력, 외환전산망 연결 등의 요건을 갖추도록 했기 때문이다. 소액해외송금업을 꿈꾸던 영세 업체들이 자본력 부족으로 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법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이 나서서 은행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한편, 사업 구축에 들어가는 자본금 등 비용 ‘허들’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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