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출석... 규모·사용처 집중 조사...비자금, 정치권 유입설도 증폭

▲ 박인규 대구은행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대구은행이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으로 끝모를 수렁속에 빠져들고 있다.

12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13일 경찰에 출석한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박 은행장이 경찰청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고 밝혔다. 현직 시중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는 것은 금융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박 은행장 비자금 조성 과정에 은행 간부 5명 등의 도움이 있었다. 이와 관련 박 은행장과 함께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비서실장과 자금담당자 등 대구은행 간부 5명도 차례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은행장을 상대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키로 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초 박 행장 등 대구은행 간부 6명을 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했다. 또 대구은행 제2본점 등 12곳을 압수 수색해 컴퓨터, 장부, 입출금전표 등을 수거한 뒤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박 은행장 등 이중장부 등 비자금 조성 및 사용처와 관련한 증거자료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최근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상품권 규모는 33억 원 가량이고 박 은행장 등이 조성한 비자금은 31억원이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박 은행장의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12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와 맞물려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은행장은 대구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와 대구은행 노조가 요구하는 자진사퇴에 대해서 현재까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54년생으로 영남대를 나와 79년 대구은행이 입행한 이래 서울분실장,서울영업부장,전략금융.마케팅.공공금융.영업지원본부장 겸 부행장 등 요직을 두로 거치고 은행장 자리에 오른 대구은행 엘리트 코스 선두주자였으며 지난 2월 재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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