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이 더 문제…적극적으로 나설 필요 있어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완성차업체의 기존 차량을 기반으로 한 택시모델 출시가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프리미엄 이미지 훼손보다는 새로운 수요창출의 기반과 내구성 입증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택시 시장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만큼 한국GM과 르노삼성 등 경쟁업체에서도 적극적인 ‘택시 마케팅’에 나서 독과점을 깨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신차 기준 전체 택시 시장 규모는 연간 4만대 선으로, 이중 현대·기아자동차가 80~90%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완성차업체들이 차량 이미지 훼손과 낮은 마진률을 이유로 택시모델 출시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르노삼성은 당초 지난달 말로 잡았던 SM6 택시 출시 일정을 미뤘다. SM6 택시는 ‘국민차’로 절대군림하고 있는 현대차 쏘나타를 따라잡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제시됐다. 하지만 업계에서 SM6 택시 출시가 현실화 될 경우 오히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훼손과 함께 판매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계획 자체가 미뤄진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3위 한국GM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과거 GM대우 시절 중형세단 토스카로 택시모델을 출시했지만 2012년 출시된 8세대 말리부 부터는 택시모델을 일체 출시하지 않고 있다. 당시 한국GM은 말리부 택시모델 미출시 이유로 차량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주장을 해 많은 이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에 택시 모델 출시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 하락이 우려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차량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택시모델 보급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 축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택시의 경우 일반 승용차보다 더 가혹한 환경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내구성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실제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에도 과거 SM5의 내구성을 택시를 앞세워 홍보했던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 보급으로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량 공급으로 인해 중고차 가격 방어에는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며 “가치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적극적인 택시 마케팅에 나서 독과점을 깰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택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독과점상태에 이른 것은 국내 완성차시장에도 좋지 않다”며 “택시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쳐 이를 타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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