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도 책임도 없다, 관리감독 강화 필요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오만학 기자] 국내 국적기에서 잇따라 기체결함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가 정부의 솜방망이 제재와 높은 시장 진입장벽을 믿고 결함문제에 안이하게 대응하는 등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각 10일 오후 2시 출발 예정이던 대한항공 뉴욕-인천 노선 KE082편 여객기는 항공기 공기압력계통 결함을 이유로 예정시간보다 8시간 늦춰진 같은 날 오후 10시에서야 이륙할 수 있었다.

이날 승객 400여명은 기내에서 2시간 넘도록 대기하다 모두 비행기에서 내려 대체 항공편을 알아봐야했다. 지난 9일에도 일본 후쿠오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기체 결함이 생겨 지연이 발생한 바 있다.

앞서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일본 하네다-인천 노선 OZ177편 여객기에서도 기체 결함이 발생해 승객 250여명이 9시간 가까이 발이 묶였다. 추석연휴가 시작됐던 지난달 29일에는 제주공항에서 김포로 출발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타이어가 파손돼 활주로가 폐쇄됐고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7월에는 필리핀 세부공항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에어부산 여객기가 이륙 1시간 만에 기체 결함으로 회항해야 했다.

항공기 기체 결함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항공사들의 기체결함으로 인한 회항횟수는 94회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기체결함으로 인한 회항 횟수는 총 41회로 절반에 가까웠다. 

기체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질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의 솜방망이 제재가 꼽힌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노후화 등 전반적인 항공기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중대 이상이 발견된 항공사에 대해서는 노선감축과 운항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운수권 배분 시 불이익을 주는 운항정지 제재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큰소리만 쳤지 실제 행동에 나서는 데는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법령을 지난 3월에서야 개정했다”라며 “앞으로 경합노선이 생기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현재까지로만 보면 제재에 대한 실효가 없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항공기 기체결함 면책 인정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도 문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엔진이상과 타이어 손상 등 중대 안전 결함뿐만 아니라 항공기 접속 불량, 예견치 못한 정비 등도 면책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심지어 화장실 이상도 기체결함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면책사유로 인정받으면 결함으로 인한 지연 시 항공사는 승객들에게 피해보상 의무를 지지 않게 된다.

항공시장의 높은 진입장벽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국제선 기준 항공면허를 취득하려면 자본금 150억원 이상, 항공기 3대 보유 요건을 갖춰야 한다. 시장 진출 초기자본이 많이 소요됨에 따라 현재 국내 항공시장은 사실상 대형 항공사(대형항공사 계열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포함)와 대기업이 투자한 항공사(애경그룹의 ‘제주항공’)가 독식하는 구조다. 항공정보포탈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운항편수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점유율은 59.0%,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제주항공 4개사는 28.4%를 점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항공업계는 끊이질 않는 항공기 결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가 불거져도 제대로 된 사과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 있는 행동도 없다. 승객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존 항공사를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해외 사례와 대조된다.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지난달 무더기로 항공운항 취소를 발표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라이언에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이번 달 말일 근무를 끝으로 사임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기체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유사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면 항공업계가 안이하게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은 “정부는 항공사의 기체결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항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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