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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불편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시행 1년, 국민 80% "부정부패 방지에 도움"... 정부,정치권 법개정 움직임 즉각 중단해야
김용오 편집국장

[파이낸셜투데이=김용오 편집국장] 무려 열흘이라는 사상 최장기간 추석연휴가 지나갔다. 모처럼 긴 연휴였기에 많은 얘깃거리가 나왔다. 그중 언론의 관심을 끈 사안 중 하나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법률이 제정된 게 지난해 9월 28일, 시행 1년이 지나고 맞이한 첫 추석명절이었기 때문에 그 효과와 파장에 대해 주목했다. 결론은 ‘별일 없었다’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10만원 이상 축산·청과·수산류 선물세트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뉴스다. 중저가 선물세트 판매비중은 예년과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선물 보다 저가 상품 판매가 큰 폭으로 늘거라는 예상과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김영란법' 시행 1년을 맞아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학부모 87%가 청탁금지법이 교육현장에 잘 정착했다고 밝혔다. 학부모 10명 가운데 9명 꼴로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부탁·접대·선물을 ‘부적절한 행위’로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학부모 95%와 교직원 92%가 '청탁금지법'이 교육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김영란법’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청렴문화가 막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난 8월 행정연구원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법 시행이 부패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었는가’의 질문에 언론인을 제외한 모든 집단에서 79% 이상이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는 ‘김영란법’이 불과 시행 1년만에 국민들의 삶속에 자리해 부조리한 관행과 부패를 개선하고 투명하고 공정하며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일반 국민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반대로 정치권에서는 ‘김영란법’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국민 여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시행령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청탁금지법 보완 필요성을 내세우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개정하겠다고 못박아둔 상태다. 공직사회 부조리를 근절하고 더욱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는 법 취지에 공감은 하지만 시행령으로 정한 가액기준인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른바 3·5·10 규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내수 경제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방향까지 나왔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청탁금지법을 올해 말까지 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일반 국민이나 공무원 입장에서는 ‘3·5·10’이 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5·10·10’도 이야기하는데 국민권익위원회에 명분을 주기 위해 ‘5·10·5’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에 소극적이던 권익위도 전향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 공청회에서 “법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문재인정부’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두 달 전인 7월 말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위원장이 “(가액 조정은) 새 정부의 반부패정책 기조에 맞지 않고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3·5·10’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과 달라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청탁금지법에 대한 개정 요구가 상당하다”면서 “여러 옵션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청탁금지법 개정안도 국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란법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자유한국당은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3·5·10’ 조항을 ‘10·10·5’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주장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김영란법’의 핵심인 소위 ‘3.5.10’으로 정한 가액범위 완화를 주장한다. 서민경제 타격을 이유로 들지만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었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또한 ‘김영란법’은 민간의 행위를 제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피해가 크다는 주장은 이제까지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구조로 해당산업을 유지해왔다는 것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제대로 따져보자.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45조는 가액범위와 관련하여 2018년 12월 31일까지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때까지 정부는 김영란법에 관련된 모든 부분을 정확히 분석한 뒤, 문제가 있으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고, 정치권은 법 개정을 논의해야 맞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법의 탓으로 돌리고 ‘3.5.10’ 범위를 완화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은 ‘청탁금지법’의 근간을 흔들고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볼 수 밖에 없다. 구시대적인 청탁문화, 관행 등 부정부패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두었던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는 의원실로 배달된 선물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김영란법’을 손질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의원 자신들이 불편하니까”라고 국민들이 손가락질 하는 까닭이다.

부정부패 문제는 한국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부패 때문에 망한 나라는 있어도 청렴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3만원 짜리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 경조사비는 큰 부담이다. 그런데 이 금액을 더 올리겠다고? 정부와 정치권은 ‘김영란법’을 흔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김용오 편집국장  kyo@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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