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핀테크 혁신 일환… 스타트업 협업 통해 경쟁력 확보 나서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동아재테크·핀테크쇼에 은행권 부츠가 줄지어 서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시중은행들이 혁신의 ‘씨앗’을 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핀테크를 육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정착과 기업 투자, 멘토링 등의 등 협업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핀테크를 무기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은행권 내 핀테크 육성에도 불이 붙은 모습이다.

은행들은 스타트업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자사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은 초기 성장을 위한 토양과 자양분이 갖춰진다는 점에서 은행과 기업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다. 특히 은행권 내 핀테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모시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자사 내 핀테크 육성프로그램인 ‘KB스타터스’에 플라이하이와 원투씨엠, 이와이엘 등 핀테크 기업 3곳을 추가 선정했다. 이로써 KB스타터스에는 총 29개의 핀테크기업이 들어오게 됐다.

KB금융은 스타트업의 정착공간 지원을 위해 KB이노베이션 허브(Hub)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IoT,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P2P금융, 보안 솔루션, 모바일 네트워킹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KB금융 브랜드전략부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사업성을 바탕으로 계열사와 장기적으로 협업 확대가 가능한 업체를 추천받아 선정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의 기술을 사업화하고 자사에 접목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은 자사 모바일 앱인 리브(Livv)와 KB부동산, 리브메이트에 핀테크 기업 기술을 접목했고, 이외에도 캐피탈과 손해보험, 신용정보 등에 핀테크 기술을 융합한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신한과 우리, KEB하나, NH농협, IBK기업은행 등 여타 시중은행들도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따. 하나은행은 업계 최초로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1Q랩(Lab)을 만들어 현재 5기까지 출범했다 1Q랩은 스타트업 기업에게 사무공간 제공은 물론 직·간접 투자와 경영컨설팅, 법률·특허·보안세미나 등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핀테크 협업 프로그램인 ‘신한 퓨처스랩’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계열사 사업화와 투자유치까지 지원 중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부터 운영한 ‘위비 핀테크랩’을 통해 스타트업이 입주 후 1년간 초기 사업 투자 지원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NH농협은행은 NH오픈플랫폼 사업 제휴와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NH핀테크혁신센터’를, IBK기업은행은 사무공간과 멘토링, 컨설팅, 투자자 연계 등을 제공하는 ‘핀테크 드립랩’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銀·핀테크 기업 성장에 위기감 커져

전통적인 여·수신이 주 수입원이었던 은행은 그간 혁신과는 다소 거리가 먼 업종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간편결제와 해외송금 등에 신생 핀테크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등에 업고 시장에 진입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권에 긍정적 의미의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서비스와 간편한 본인인증, 송금, 해외송금, 저금리 대출 등 다방면에서 ‘팔방미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선호가 점차 올라가는 상황이다. 

지난달15일 열린 ‘2017 동아재테크·핀테크쇼’에서 은행들은 자사의 핀테크 기술을 한껏 뽐낸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손바닥 정맥’ 인증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부스에 설치했다. 이 기기는 카드나 통장 없이 손바닥을 인증장치 위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본인 인증이 완료돼 현금을 입·출금 할 수 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냉장고와 연동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우리홈IoT뱅킹’을, NH농협은행은 휴대전화로 재산세를 납부할 수 있는 ‘스마트고지서’를 각각 선보였다. 플랫폼 경쟁도 치열해 하나은행은 SK텔레콤과 합작한 금융 플랫폼 ‘핀크’(Finnq)를, 신한은행은 인공지능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투자 플랫폼 ‘M-폴리오’를 선보였다.

이 같은 은행권의 핀테크 집중은 일종의 ‘위기감의 발로’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직후 자사 모바일 앱인 ‘S뱅크’와 ‘써니뱅크’를 통합하는 작업을 지시했다. 이밖에도 각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통합 공인인증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핀테크 따라잡기에 열중인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내부적으로 핀테크 관련 부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들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을 배우도록 종용받는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핀테크 랩 확대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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