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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도 해지할 보험이면 차라리 은행 적금을 들자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의 본질은 질병과 사고에 대한 위험 보장이므로 저축을 위해 가입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이 위험 보장에 저축 기능이 있는 저축성보험을 가입해서 작년 말 기준 전 국민의 43%(약 2200만명)가 저축성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성보험은 저축의 기능이 있지만 적금은 아니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15.4%)가 면제되지만, 1~2년 내 해지하면 환급률이 80~90% 정도다. 연금보험의 경우 1년 환급률은 60.9%, 2년은 77.7% 정도다.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은 1년 안에 해지하면 원금을 거의 날리고 2년 환급률은 30%대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원 홈페이지의 민원 상담란에 ‘적금이라 해서 가입했는데 원금 손해’, ‘저축으로 알고 가입했는데 알고 보니 보험’, ‘연금‧적금이라더니 종신보험’ 등, 이런 제목으로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글이 자주 올라 온다. 보험을 적금으로 알고 가입했다가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례들이다.

보험가입자 10명 가운데 3명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13회차(13개월) 유지율은 평균 82.4%, 25회차는 69.8%로 집계됐다. 10명 중 2명이 1년 만에 해지하고, 3명 이상은 2년이 채 못돼 해지한 것이다. 손해보험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각 83.6%, 69.9%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은 23조7849억원으로 1년 전(21조3963억원)보다 11.1%(2조3886억원)나 급증하며 금감원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규모 는 저축성보험 총 적립금액(작년말 407조원)의 5.9%에 달한다.

이처럼 손해를 감수하면서 저축성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사람이 급증한 것은 보험을 잘못 가입했거나 급전이 필요해서, 아니면 팍팍한 살림살이로 보험료 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보험은 적금이 아니므로 요즘과 같은 저금리시대엔 보험으로 단기에 목돈을 마련하려는 것은 바보짓이다. 보험으로는 3년, 5년 만에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보험은 장기상품이므로 단기적금이아니고, 가입 초기에 사업비를 집중적으로 공제하므로 통상적으로 가입 후 7년까지는 해지 환급금이 원금에 못 미친다.

적금을 가입하러 은행에 갔더니 은행원이 이율 높은 상품이라고 적극 추천해서 가입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저축성보험이었다는 것. 은행원은 적금보다 보험을 팔아야 은행에 이득이고 평가를 잘 받으므로 양심을 팔면서 고객 이익에 반한 보험을 판매한 것이다. 방카슈랑스의 고질적인 병폐다.

보험사들은 적금을 판매할 수 없는데도, 저축성보험을 은행 적금이라고 변칙 판매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골탕 먹는다. 보험 불완전판매와 묻지마 가입이 어우러져 생긴 일이므로 쌍방 과실이다.

보험료에는 반드시 사업비(보험사가 떼 가는 경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모르고 낸 보험료 전체 가 저축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보험사들이 제대로 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은 사업비와 보장보험료를 뗀 나머지 저축보험료만 저축되므로 원금이 당초부터 적금 보다 적다. 그러 므로 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이 은행보다 높더라도 역부족이고, 보험료를 추가 선납하더라도 원금 손실은 불가피하다. 공시이율과 추가 선납을 섣불리 믿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변액보험은 가입 후 13년 지나야 원금이 보전된다고 하는데, 보험사들은 이를 감춘 채 “저금리시대에 변액보험이 투자 수단으로 대세이고 인기몰이”라며 호들갑 떨며 소비자들에게 그릇된 정보를 남발한다.

보험사와 은행들은 입으로만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라.

보험을 위험 보장 상품으로 팔고 적금으로 속여 팔지 말라. 이럴 때 감독당국이라도 나서야 하는데 강 건너 불구경이고 선제적 조치 없이 허접한 ‘금융꿀팁’이나 매번 발표하며 소비자들에게 주의하라니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 칼은 보여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를 줄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소비자도 달라져야 한다. 보험 가입의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므로 자업자득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을 가입한 후 뒤늦게 후회하며 보험설계사와 보험사를 탓할 일이 아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보험과 저축의 특성을 올바로 알고 목적에 맞는 상품을 제대로 가입해야 하고, 보험을 가입했다면 끝까지 유지해서 반드시 가입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단기에 목돈을 마련하려면 은행으로 직행해서 적금을 가입하자. 적금은 중도 해지하더라도 원금 손실이 없으니 안심이다. 행여 보험을 가입해서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하려면 사업비가 적은 저축성보험을 가입해서 반드시 10년 이상 장기 유지해야 한다. 행여 저축성보험을 적금으로 가입해서 중도에 손해 보고 해지할 바에는 차라리 은행 적금과 보험료가 매우 저렴한 정기보험을 각각 1건씩 가입해서 함께 유지하는 것이 백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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