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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 공격이 과연 ‘딜레마’일까[스튜어드십코드②]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가치 훼손과의 상관관계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회사의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준칙화 또는 규범화해 수탁자 책임을 강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그런데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주의 지나친 경영간섭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간섭을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을 공격하는 데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때문이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외부 공격으로 기업을 ‘약탈’당하지 않기 위해선 주주 개입을 배제할 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고질적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주주권리를 강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딜레마’로 볼 수 없는 이유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산운용사 대표 10여명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을 독려했다.

최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산과 내실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며 “의결권 행사와 적절한 주주활동을 통한 기업과의 적극적인 대화가 기관투자자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필두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소액주주권리 찾기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애써온 장하성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에 오른데 이어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한 김상조 교수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활성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경제계 안팎에선 경영 투명성과 주주 이익 제고에는 동의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주행동주의가 기업의 장기적 가치 향상에 기여하기보단 일부 헤지펀드의 ‘약탈’적 공격에 희생양이 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주주행동주의가 실제로 기업의 장기 성장에 기여하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라며 “주주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희생한다는 비판과 함께 행동주의 투자 이후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 평균적으로 향상되며, 향상된 수익성은 장기간 지속된다는 실증 연구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의 기업가치 훼손, 주주행동주의의 문제인가?

국내에 처음 헤지펀드를 ‘기업 약탈자’로 각인 시킨 사건은 바로 ‘소버린 사태’다. 2003년 SK 계열사들의 분식회계와 배임 문제로 SK그룹 임원진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주식회사 SK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모두가 주식을 파는 와중에 헤지펀드사인 소버린의 자회사인 크레스트시큐리티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크레스트는 SK를 한국에서 기업 지배구조의 모델 기업으로 바꾸겠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2005년 주식을 전량 매수했고, 2년 3개월의 주식 보유기간 동안 매매 차액과 배당금, 환차익은 모두 9000억원에 달했다.

주주행동주의의 부작용은 삼성에도 그림자를 드리운 바 있다. 2015년 6월 4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구 삼성물산의 지분 1112만5927주(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고, 이후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0.35)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삼성그룹과의 공방은 지난해 3월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삼성 같은 대기업들도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기업의 지배구조와 연관됐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파급을 미쳤다.

이 밖에도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는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2006년 KT&G의 2대 주주로 올라 유휴부동산 처분과 한국인삼공사 상장, YTN·바이더웨이·영진약품 매각, 자사주소각 등의 요구를 한 바 있다.

SK의 소버린 사태로 볼 수 있듯 일부 헤지펀드들은 기업 가치의 향상과는 무관하게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주식을 매입, 매도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건 여타 주주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놓고 헤지펀드를 무작정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우선 모든 펀드의 최종 목적은 수익성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또한 헤지펀드가 공격할 ‘빌미’를 제공한 쪽이 국내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삼성전자와 엘리엇의 분쟁과 조정과정은 오히려 삼성의 부당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에서의 접근으로 봐야 타당하다. 실제로 제일모직과 삼성증권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내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지만,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전 정권과의 유착을 통해 1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합병 찬성’의 방향으로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스튜어드십 코드처럼 주주의 개입을 독려하면서도 기업 가치를 훼손 받지 않기 위해선 기업들 스스로가 부당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 기업으로서도 주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받아들일 의무가 있으며, 이를 통해 주주 환원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도 장기투자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모펀드(PEF) 전략을 도입하고 PEF들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처럼 적극적인 개입 전략에 나서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와 PEF, 양자가 수렴하는 가운데 주주행동주의는 장기적으로 가치투자와 맞닿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주행동주의 확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최근 주주행동주의는 단기차익을 극대화하는 형태에서 탈피해 장기적인 기업가치 극대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혁신은 강제규율이 아니라 자율규제 하에서 달성할 수 있는데,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지배구조 부분에서 시장의 주요한 자율규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일호 기자  lih@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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