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직원 갑질 성추행 사건' 이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은행은 비리집단으로 추락.. 은행장은 자리지키고 측근들 '내부고발자' 찾기에 조직 갈등 심각

[파이내셜투데이= 김용오 편집국장] 새정부에게 국민들의 기대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 청산’이다. 해방 이후 또 독재군사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 각 부분을 썩게 만드는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한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게 국민들의 인식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적폐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거라는 위기의식까지 팽배하다.

이같은 ‘적폐 청산’에 금융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중 지방은행의 ‘적폐’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 상징적인 사례가 최근 터져 나온 DGB대구은행 사태다. 간부직원들의 계약직 직원 성추행 사건, 은행장 비자금 조성 의혹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자성은 커녕 사건의 축소에 몰두하고 ‘내부고발자’를 찾고 서로 헐뜯는 조직문화, 자리지키기에 연연하는 은행장의 자세 등이 바로 사라지고 고쳐져야 할 '적폐'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초 대구.경북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금융계를 망연자실하게 만든 ‘DGB대구은행 갑질 성희롱,성추행 의혹’ 사건에 이어 8월에는 박인규 은행장의 상품권깡 통한 비지금 조성 의혹이 터졌다.

당시 대구은행의 성추행 사건은 매우 악질적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에서 벌어진 사건이고, 직장 내 위계를 악용한 사건일 뿐더러 한 개인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 다수의 간부에 의한 다수의 비정규직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이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벌어졌다는 점, 피해 여직원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은행 본 점 내부에 소문이 났지만 그동안 그 어떤 조사,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대구은행 조직문화를 고치려는 노력 보다 ‘누가 제보를 했는가’ 라는 내부고발자를 찾는 데 더 열중했다는 점이다.

또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 될 때도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면서 큰소리쳤지만, 결국 박 은행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되고 창립 이래 처음으로 본점과 은행장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태를 겪었다.

1967년 창립된 DGB 대구은행은 2016년 현재 자산규모 43조원, 5개의 자회사, 250여개 지점, 2개 해외지점, 직원 3천여명의 최대 지방은행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국 영업망과 자산운용.보험.증권 등 자회사 확충과 은행의 동남권 성장전략을 통해 자산규모 80조원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대구은행의 원대한 계획에 ‘똥물’을 끼얹은 성추행, 비자금 사건으로 대구은행은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금 대구 지역사회 여론은 참담하다. 은행의 ‘공신력’은 무너졌다. 대구은행을 바라보는 국민들, 대구 경북 지역사회의 불신과 따가운 시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직원들이 대구은행 배지를 달고 다니기 부끄럽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DGB대구은행 박인규 은행장, 54년생으로 영남대를 나와 79년 대구은행이 입행한 이래 서울분실장,서울영업부장,전략금융.마케팅.공공금융.영업지원본부장 겸 부행장 등 요직을 두로 거치고 은행장 자리에 오른 대구은행 엘리트 코스 선두주자였다. 평소 차기 은행장감 1순위라는 행내 평을 들으며 승승장구했던 박 은행장은 2012년 전임 하 행장으로부터 대경엠에스 대표이사로 방출되는 테스트(?)를 거치며 최고 자리에 오른 야심가라는 평을 듣는다.

매사에 자신만만한 박 은행장에게 이번 ‘대구은행 갑질 성추행 사건’에 이어 ‘비자금 조성 문제’가 뱅커 인생의 최대 위기일 것이다. 박 은행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박 은행장은 평소 이런 말을 즐겨 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인 원인 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파헤쳐 보면 한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그러면 문제 해결 방안도 단순해집니다”

작금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사퇴를 둘러싼 대구은행 노사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이 박 행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다 사퇴시기까지 못 박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박 행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퇴 시점은 박 행장의 기소가 결정되는 시점으로 못 박고, 만약 이때까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대신 은행장이 무혐의 등으로 불기소되면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가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하기로 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내부에서는 구속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박 행장이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속된다 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나와야 면직되는 만큼,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은행장 직은 유지할 수 있다

‘간부직원 갑질 성추행’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DGB대구은행을 이끄는 박인규 은행장은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게 DGB대구은행에 쌓여 있는 적폐를 청산하고 미래 발전을 담보하는 길이다. 박 은행장의 측근 간부 등을 중심으로는 내부고발자를 찾아내 조직을 위기에 빠트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직원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내부가 썩어가는 것을 바라만 보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박인규 은행장의 자세 그 자체가 적폐라는 금융계 시각이다.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이 함께해 온 지역민들로부터 비리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직원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은행장은 즉각 사퇴하고 전 임원들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 이상 시급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것이 곧 대구은행 적폐를 청산하는 길이다. 박인규 은행장의 '대구은행 사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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