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담보대출 대비 갑절까지 높아… 당국 시정 요구에도 모르쇠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8.2 부동산 대책’ 풍선효과가 보험사 보험계약대출까지 번져나가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높은 가산금리로 대출을 운용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보험금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보험계약대출의 특성상 은행 예금담보대출에 비해 높은 가산금리가 매겨질 특별한 이유가 없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대출에 높은 금리를 매겨 팔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월간공시에 따르면 25개 생명보험사(6월 기준)와 12개 손해보험사(5월 기준)가 계약자들에게 빌려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54조486억원이다. 생명보험사 6월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42조6288억원으로 전월 대비 1860억원 늘었고 손해보험사 5월 보험계약대출 또한 11조4188억원으로 전월 대비 129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 강화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대출 수요 일부가 보험계약대출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주택 분양 물량이 10월 즈음에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보험계약대출 누적액은 더 늘어날 소지가 있다.

약관대출이라고도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에서 받는 대출을 말한다. 통상 해약 환급금의 60~95% 범위에서 대출이 가능하며 보험 가입기간 안에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다.

보험계약대출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비대면으로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급금 자체가 담보라 따로 보증이나 담보도 필요하지 않고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때문에 보험 가입자 중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보험계약대출 찾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몇몇 보험사들이 매기는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가 다소 높다는 점이다. 가산금리는 사업비와 고객 신용등급 등을 감안해 보험사들이 임의로 정하는 금리다. 하지만 대다수 보험사들은 은행 예금담보대출(1.0% 내외) 대비 갑절까지 가산금리를 붙이는 실정이다.

생·손보사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생보사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는 금리확정형 기준 1.50~2.58%, 금리연동형 기준 1.33~1.50%다. 확정형 기준 흥국생명의 가산금리가 2.58%로 가장 높고 연동형 기준으론 대다수 보험사가 1.50%로 대동소이하다.

손보사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는 금리확정형 기준 1.41~2.00%, 금리연동형 기준 1.07~1.88%다. 확정형 기준 악사손해보험이 2.00%로 가장 높고 연동형 기준으론 메리츠화재와 MG손해보험이 1.88%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약관대출은 ‘기납부한 보험금’이란 담보가 있어 원금 손실 부담이 없다.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면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납부한 보험료에서 돈을 회수하면 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를 외면한 채 모르쇠식으로 가산금리를 높게 받고 있어 금융소비자단체의 비판이 지속돼왔다.

소비자단체에선 또한 보험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에 이미 사업비가 반영돼있는데 보험사들이 보험약관대출에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높은 가산금리로 ‘이자놀음’을 벌이는 보험사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 수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사들이 과거 고금리로 구입한 저축성 보험상품을 담보로 한 보험계약대출에 대해 고금리를 제대로 안내해주고 있지 않고 있다”며 “자신이 여러 개의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다면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우선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8.2부동산대책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보험약관대출이나 신용대출 수요가 늘자 이를 점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풍선효과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찬찬히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만약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해 신용대출로 대출했다고 하면 금융감독원 검사 등을 통해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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