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경쟁에 불완전판매 늘어… 가입 전 유의사항 확인해야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을 개인명의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7월 정부가 IRP 가입 대상을 상용근로자에서 모든 취업자로 대폭 확대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IRP는 연금저축과 통합 한도로 최대 700만원 추가 납입금까지 16.5%의 세액 공제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공격적으로 상품 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펀드 운용 수익률이 낮은 반면 수수료가 높은 부분, 중도 해지 시 공제 세액을 반환해야 하는 부분 등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금융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IRP는 ‘세액공제’ 아닌 ‘과세이연’… 실제 수익 아니야

IRP가 내세우고 있는 ‘세액공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IRP는 회사가 지급하는 퇴직금을 제외하고 연간 총 1800만원까지 추가 납입 가능하다. 이 중 최대 700만원까지 115만5000원(연 5500만원 이상 소득자는 92만4000원)의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차후 연금을 받을 때는 3.3~5.5%의 연금소득세 또한 납부해야 한다. 비록 일반 소득세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세액 공제 효과가 다소 줄어드는 부분임엔 틀림없다. 또한 연봉이 그리 높지 않아 애초부터 소득공제를 많이 받는 사람은 IRP 추가납입 중 16.5%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온전히 보기 어렵다. 이 경우 혜택은 보지 못한 채 차후 세금만 납부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연 115만원에 달하는 세금 혜택을 실제 수익이라 여기는 것은 착각이 될 수 있다. IRP 가입에 앞서 본인의 세금 납부 현황을 파악해 상품 가입을 통해 실제로 혜택을 볼 수 있을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예금금리보다 낮은 자금 운용 수익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IRP 수익률은 1.09%로 2015년(1.76%)보다 0.67% 줄었다. 비록 직전 5년 평균 수익률은 연 2.64%지만 5년 전인 2012년 예금금리가 3.71%였던 점을 고려하면 정기예금 금리만도 못한 성과를 내는 셈이다. 더군다나 IRP가 장기 상품임을 감안하면 기회비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수익이 낮은 이유는 전체 가입된 IRP 중 상당수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 IRP 적립금 13조7000억원 가운데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는 비율이 70%에 달한다. 주식·채권형 펀드 등 실적배당형에 투자된 돈의 비중은 17~18%에 그쳤고, 그중 80% 이상은 채권·채권혼합형 펀드에 투자돼 수익성이 크지 않았다. 

낮은 수익률에 비해 높은 수수료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연 평균 IRP 수수료는 0.46%로, 가입자가 연간 700만원을 납입할 경우 3만2000원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수수료 차감 후 1.09%의 수익률이 7만6000원임을 고려하면 금융사에게 줘야 할 돈이 많은 셈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몇몇 금융기관들이 추가납입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무료로 처리해주는 곳들이 생겼다. 또한 배당주 펀드에 넣은 상품 등 일부 IRP는 수익률이 연 18% 수준까지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높은 연금 수익을 원하는 금융소비자라면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도인출·중도해지 시 세금 토해내야

IRP의 세액공제 비율이 높지만 중도 해지하거나 55세 이후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은 납입금액이 없어진다는 점 또한 유의해야 한다. 이 경우 일부 가입자는 돌려받은 세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타소득세로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천재지변, 6개월 이상 장기요양, 해외 이주 등 제한적 상황에서만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금감원은 “IRP에 가입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후 중도해지할 경우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금액에 운용수익을 더한 금액에 16.5%의 세율을 적용한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IRP 가입 후에는 가급적 중도해지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IRP가 사적연금의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선 개인연금계좌가 적립된 준비자산의 이전과 인출시 유동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IRP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각종 적립 연금자산이 IRP에 이전되고, 다양한 목적으로 편리하게 인출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며 “IRP를 통해 보장성 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에 가입해 지불하는 보험료 중 일정 수준에 한해서는 불이익이 없도록 세제상 혜택을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