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0.1%p 내리는 동안 금리는 0.3~0.5%p 올라… 당국 연말까지 규제안 발표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지난 1년 간 은행권 대출 금리를 좌우하는 코픽스(COFIX) 금리는 꾸준히 낮아졌지만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려온 것으로 나타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런 은행권 행태를 ‘전당포식 영업’으로 규정하고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은행권 대출금리가 어떻게 변동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전국은행연합회 갈무리

15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1.47%로 전월 대비 0.01%p 떨어졌다.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2월 1.56%로 고점을 찍은 뒤 올 4월부터 현재까지 1.46~1.48%를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7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1.59%로 지난달보다 1.58% 올랐다. 잔액기준 코픽스의 상승은 2011년 9월 3.95%로 최고점을 찍은 뒤 떨어지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은행연합회는 “잔액기준 코픽스는 과거에 조달한 저금리 자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자금이 새로 반영됨에 따라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자금조달비용지수라고도 불리는 코픽스는 은행들이 대출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비용에 기반한 수치로 매월 8개 시중은행인 농협, 신한, 우리, SC, 하나, 기업, 국민,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자본조달 상품 관련 비용을 취합해 산출한다.

문제는 코픽스 등락과는 상관없이 그간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왔다는 점이다. 2016년 6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로 동결됐고, 이후 코픽스도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와는 무관하게 금리를 올려온 것이다.

◆코픽스 내려도 모르쇠로 금리 올리기… 당국 규제엔 ‘깨갱’

전국은행연합회 대출금리 공시 자료.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은행연합회 대출금리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내 15개 주요 은행의 지난 7월 기준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36%로 전년 동월(2.84%) 대비 0.52%p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NH농협은행의 평균금리 인상폭이 0.72%p로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주담대 금리 2.60%에서 1년 새 3.32%까지 올라 가장 높은 인상폭을 보였다. 이어 기업은행 0.70%p(2.73%→3.43%), 하나은행 0.67%p(2.61%→3.28%), SC은행 0.63(2.56%→3.19%), 신한은행 0.62%p(2.66%→3.28%) 순이다.

은행권 일반신용금리도 같은 기간 0.31%p 올라 코픽스 하락을 무색하게 했다. 지난 7월 경남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5.42%로 전년 동월(4.19%) 대비 1.23%p나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 0.76%p(4.48%→5.24%), 우리은행 0.48%p(3.26%→3.74%), 대구은행 0.44%p(4.79%→5.23%), 수협은행 0.44%p(4.21%→4.65%) 순으로 금리가 올랐다.

이처럼 은행권이 코픽스와는 상관없이 대출금리를 올린 데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연준은 지난 3월 0.25%p, 지난 6월 0.25%씩 총 0.50%p 금리를 인상했다. 은행권은 글로벌 금리의 축이 되는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코픽스와는 무관하게 금리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조원 오른 18조원을 올렸고, 반기순이익은 8조1000억원으로 2011년 상반기(10조3000억원)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80.7%에 달한다.

지난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은행권의 이 같은 행태를 ‘전당포식 영업’이라 지칭했다.

최 위원장은 “은행 수익의 원천이 온통 가계대출 분야,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해서 난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전당포식 영업 행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이 제재 의지를 보이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7월 한달 간 가산금리를 일제히 0.03~0.06%p가량 내리기도 했다.

한편 금융위는 최근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등 개편 태스크포스(TF) 1차 총괄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은행 예대율(총 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산정 시 가계 부문의 가중치를 늘리고 고위험 주담대나 부동산 포트폴리오(PF) 등에 대해 위험을 적절히 반영한 자본 규제를 검토하는 등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관련 최종안은 올해 연말까지 총괄 TF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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