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금융위기에 ‘리모델릴’ 한창

미국發 경제위기가 국내 대기업들 내부에 인수합병(M&A)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계열사 리모델링을 통해 금융위기 파고를 넘어 유동성을 확보, 난국을 돌파하자는 계산이다. 중복사업을 정리하거나 통합함으로써 투자를 줄이고 시너지는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일부 기업들은 폭락장을 호기로 삼아 계열사 합치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한화그룹에 몰려있다. 우여골절 끝에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적잖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어려운 시기에 6조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한화가 과연 충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쏠린다. 자금을 끌어들여 인수를 성사시킨다고 해도 각종 이자비용과 재무적투자자(FI)에 대한 보장수익, 대출원금 등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재원 마련을 위해 그룹의 사업구조 전반을 개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한화는 대한생명 등에 대한 계열사 지분매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경영권이 없는 지분 20%를 1조5000억원에 매각해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유동성도 확보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요즘 계열사 교통정리에 한창이다. 특히 물류사업 재편을 통해 업계 선두를 지킨다는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달 30일 금호렌터카를 같은 계열사인 대한통운에 넘기기로 했다. 대한통운은 지난 6월 자회사인 대한통운국제물류를 흡수한 바 있다. 이 회사는 다른 물류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와 아시아공항개발도 편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룹 물류계열사들을 통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는 목적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또 금호렌터카를 대한통운에 3073억원에 넘길 계획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호생명 매각도 병행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물류사업 다변화를 위해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쎄덱스)를 인수하고 계열사로 편입했다.

현대차그룹도 완성차의 경쟁력을 좌우할 부품계열사들의 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용 모듈과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와 전자제어기술을 갖춘 현대오토넷을 내년 초 통합한다.          

LG그룹은 부품계열사인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을 연말까지 합병한다는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내 전자부품의 주력회사들을 통합해 국내 1위 종합부품기업인 삼성전기와의 경쟁에서 앞서가겠다는 복안이다. 합병하는 회사는 글로벌 매출액 3조원, 시가총액 1조원에 이르는 종합 부품기업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LG그룹에서는 LG파워콤의 향배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LG파워콤은 지난달 말 연일 폭락하는 주식시장에서 상장예정일을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LG데이콤이 향후 합병을 고려해 상장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최근 환율 폭등과 유가증권시장의 폭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주 발행을 추진할 경우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어 연기하는 것이 관례여서 뒷말이 많다.

LG파워콤은 지난달 말 상장예정일을 12월5일에서 11월27일로 앞당긴다고 수정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LG데이콤의 이 같은 행보를 대부분 LG파워콤의 합병을 고려한 수순으로 해석한다.

LG데이콤의 LG파워콤 합병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황이 좋지 않을 때 상장을 추진해 2대주주인 한국전력의 지분을 싼 값에 인수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파워콤의 지분 구조는 ▲LG데이콤 45.43% ▲한국전력공사 43.13% ▲SK텔레콤 5% ▲포스코 3% 등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쌍수 한전 사장이 엘지그룹 부회장 출신이고 정부가 한전 민영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지분 헐값인수는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은 삼성SDI와 삼성전자로 분리됐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통합할 계획이다. 두 계열사의 모바일디스플레이(MD) 사업부와 LCD총괄 OLED 관련 연구조직을 통합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 내년 초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위기에 직면한 각 그룹들이 계열사 재편을 통해 군살을 뺌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내년에 있을 수 있는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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