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망 하향 추세…수요 끌어모을 대책 시급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에 대한 전망이 나빠지면서 과거 콘텐츠 부족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3D TV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VR과 AR이 정보통신기술(ICT)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만큼 사장되지 않기 위해선 ‘킬러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ICT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올해 발간한 ‘가상·증강현실 보고서’에서 2021년 VR시장 규모가 한화 약 2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5년 4월 기준 예상치인 약 34조원 보다 못 미치는 수치로 올해 성장 예상을 낮게 잡은 것이다.

콘텐츠 부족과 비싼 하드웨어 가격이 VR과 AR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큘러스나 HTC 등이 사용자층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킬러콘텐츠’가 전무한 상황이라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VR과 AR을 활용한 체험공간이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지만 즐길만한 콘텐츠가 부족해 재방문이 이뤄지지 않는 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비싼 하드웨어 가격으로 인해 입장권 가격도 높아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VR테마파크의 경우 자유이용권이 1인당(성인 주말 기준) 3만8000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VR과 AR이 과거 차세대 기술로 각광 받았던 3D TV처럼 만성적인 콘텐츠 부족으로 사장됐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D TV라는 하드웨어와 그 안에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균형적으로 공급돼야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3D TV만 빠르게 보급됐다”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핵심 콘텐츠가 부재했고 양과 질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0년 3월 2.0%대였던 3D TV 판매량 점유율은 그해 12월 10.0%를 넘더니 2014년 50.0%를 넘어서며 3D 열풍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3D TV의 판매가 급격한 감소를 보이더니 2016년 1분기 기준 8.0%로 급락해 원점으로 돌아왔다.

IT업계 관계자는 “VR과 AR도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면 3D TV처럼 사장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VR·AR콘텐츠 시장도 크게 활성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VR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VR 관련 콘텐츠가 부족한건 사실”이라며 “다만 현 상황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