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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사회적 금융은 ‘신뢰금융’입니다”[상생하는 금융③] “사각지대 사회적 기업 금융 접근성 높여 상생하는 게 목표”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한국사회혁신금융의 이상진 대표와 만나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바로 ‘신뢰’였다. 그간 100여 곳에 달하는 사회적 기업에 융자를 해주면서도 “부실율이 단 0.2%에 불과하다”는 그의 말에는 사업을 이끄는 대표로서의 자부심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가득 차 있었다.

이 대표는 과거 10여년 간 유수의 금융 회사에서 일하며 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마친 뒤 사회혁신기금추진단에 참여하는 등 사회적 금융 관련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해 3월 독립법인 ‘한국사회혁신금융’을 설립하면서 사회혁신기금을 본격적으로 운용해왔다.

사회적 금융의 확산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이 대표에게 사회적 금융의 당위성과 한국사회혁신금융의 활동, 국내 사회적 금융의 지향점 등에 대해 물어봤다.

이상진 대표(사진 우측 끝)과 한국사회혁신금융 구성원. 사진=이일호 기자

Q. 사회적금융은 무엇인가?

사회문제를 개선하고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금융이다. 일반적으로 소액대출(Micro Credit), 협동금융(공제기금, 자조기금 등), 지역금융(낙후 지역 개발), 임팩트투자로 대별하기도 한다.

Q. 한국사회혁신금융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사회적 금융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조직들은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시중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를 위한 정책금융도 미흡했다. 그러다보니 뜻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스스로 자조기금(사회혁신기금)을 조성하고자 하는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4년 기금 조성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하고,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사회혁신기금추진단의 책임자가 됐다. 2014년 12월부터 비영리법인의 사업단 형태로 기금을 조성 및 운영하다가 사업 확대를 위해 2016년 3월 독립법인 한국사회혁신금융을 설립하게 됐다.

Q. 어떤 사업을 영위하나?

우리의 ‘미션’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사회적 경제기업들의 금융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커뮤니티 기반의 기금을 조성하여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투·융자를 실시하고 타 금융기관과 연계를 통해 자금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장과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금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권 금융과 달리 사회적 경제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 아울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무 컨설팅을 제공하고, 재무 및 금융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조기금·지역기금을 운영하는 조직들에게 자금 매칭과 관리시스템 제공, 공동 운영 및 위탁운영 등을 통해 사회적 금융이 활성화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사회적 경제기업 대상 융자가 아닌 지분투자도 고려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상생형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된 사업도 검토 중이다.

한국사회혁신금융 기금 운용 프로세스. 자료 캡쳐=한국사회혁신금융

◆“사회적 기업에도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합니다”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은 객관적 지표, 즉 나이스신용평가사의 평가모형 등을 활용해 금융소비자의 신용 등급을 확인한 뒤 여신을 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한다. 몇몇 은행들은 자체적인 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하는 곳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지극히 예외에 가깝다.

이 대표가 사회적 경제 기업에도 평가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 말했을 때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신뢰’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에 평가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회적 경제 기업에 투자나 융자를 하는 데는 정량적 요소보다 정성적인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할 텐데, 평가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궁금했다.

Q. ‘사회적 경제기업 평가모형’ 구축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 들었다.

사회적 경제기업들은 일반 영리기업에 비해 매출, 자산 등의 외형이 성장하는 것이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울 지라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영리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기존의 금융기관들은 사회적 경제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어 대출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기업 평가모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이들을 재평가하는데 ‘데이터’를 통한 정량적 지표가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특수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과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도 사회적 경제기업을 위한 상품을 만들고 사회적 금융기관과 연계상품을 만드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커뮤니티 기반의 협동금융을 해왔던 사회적 금융 조직도 기금이 커지면서 새로운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융자를 하게 된다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규모 있는 기금이 조성된다면 마련된다면 기업평가모형 개발은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주제이다.

현재 ‘서울시 혁신형 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추진방법 및 계획을 논의 중이며,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은 평가모형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확보나 재원 마련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뜻있는 대기업과 금융기관, 신용평가사 등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내년까지 모형개발 및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Q. 사회적 금융 평가모형은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잣대들이 있을 텐데?

재무 등 정량적인 척도뿐만 아니라 대표자 평가, 사회적 가치평가, 기업 평판 등의 정성적 척도 등이 평가모형 개발에 고려될 것이다. 사회적 경제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소셜 미션에 충실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구조가 마련된다고 판단할 수 있고 연체율 및 부실률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커뮤니티 내의 평판을 반영해 대표자와 기업역량 등에 대해 신뢰할만한 데이터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의 산업분류와 매출이 발생되는 시장(가령, 공공구매)는 일반 기업과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모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Q. 사회적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위험하단 편견이 있다.

우리는 120여개 기업들과 ‘사회혁신기금’을 조성하여 운영 중이다. 회원사의 추천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고, 출자금액의 10배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평균 대출금액은 2000~5000만원이다. 담보나 보증도 없다. 누적된 80여건의 대출 중 부실률(3개월 이상 이자 및 원금 연체 비율)은 단 0.2%에 불과하다. 합리적인 평가를 통해 대출승수 10배를 6~8배로 조정하기도 하지만 대출 거절을 한 사례는 없다. 사업 초기에 많은 분들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안정적임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기업들이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지속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현금흐름을 창출해 내는 곳이 많다. 일반적인 사업자에게 수익이 안 나면 사업을 접는 것이 합리적일지 모르지만, 사회적 기업가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보니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사업을 지속해 나간다. 경영환경에 어려워 상환이 늦어질 순 있어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사회적 기업가들은 상환의지가 강하다. 금융기관들은 사회적 경제기업을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혁신금융 기금 조성 현황. 자료 캡쳐=한국사회혁신금융

◆“사회적 금융을 위한 법·제도적 토양 갖춰져야”

정부가 바뀌면서 그간 미뤄져왔던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논의도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통과된 이후 사회적 기업은 양·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왔다. 하지만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줄 사회적 금융은 사회적 금융은 법·제도적 토양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대표에게 현행법으로 인해 사회적 금융 조직이 갖는 문제와 함께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시사점, 정부에게 바라는 점 등을 물어봤다.

Q. 대부업법으로 등록됐는데 어려운 부분은 없나?

어렵다. 비영리법인은 대부업법 상 예외사항으로 대부업체 등록이 불필요한데 우리는 주식회사라 대부업체에 등록해야 했다. 사회적 경제기업, 타 금융기관, 기업 사회공헌팀과 협업을 진행할 때 대부업체가 주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익 목적으로 대부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면 비영리법인처럼 대부업 등록이 면제가 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Q.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 시 사회적 금융에 어느 부분이 좋아질까?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지고 생태계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의미는 법적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것을 명시한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돼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제도에 포함되면 그에 맞는 지원 방식이나 기금 마련, 효과 측정, 조직 구조 구성, 위원회 결성 등을 정립할 수 있게 된다.

지역 기금 마련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 현재 관련법이 부재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가 제정되고 기금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되고 나아가 사회적금융 관련 법률이 제정된다면 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정부에 바라는 점은?

공공이 너무 공공주도로 사회적금융을 만들어나가지 않을까 우려 되는 부분이 있다. 사회적 금융은 민간 주도의 수요와 공급에 기반을 둔 관련 시장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사회적 금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금 마련 등 토양을 형성해주되 기금 운용 등은 민간이 해나갈 수 있도록 신뢰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일호 기자  lih@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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