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소득(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물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온다. 갈수록 생활하기 어려운 요즘 세태를 꼬집어 표현한 말로 생각된다.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그 중 한 가지가 보험료를 절약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험을 가입할 때 가성비 좋은 보험을 자연스레 찾게 된다.

가성비 좋은 보험이란 가격(보험료) 대비 성능(보장금액)이 좋은 보험상품을 말한다. ‘보장은 키우고 보험료는 낮추라’는 말인데, 가성비 좋은 보험을 가입하려면 가입 목적에 적합한 보험종류를 정한 후, 판매중인 상품 중에서 보장금액이 큰 보험 몇 가지를 고른 후,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보장금액이 비슷한데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은 사업비가 적게 부가되어 있다는 뜻이다. 사업비가 적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해 지고 사업비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므로 소비자는 사업비가 적은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보험료에 포함되어 있는 사업비는 보험사가 떼 가는 경비로,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의 수당 을 포함해서 보험계약의 체결‧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보험사(보험설계사)는 사업비 (수수료)가 많은 상품을 우선 가입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별 생각 없이 가입하면 자칫 비싼 보험료를 내게 된다. 사업비가 많으면 보험사(보험설계사)에게 돌아가는 비용(수수료)가 많다는 뜻이므로 소비자에게 그만큼 불리하다. 사업비는 보험상품별로 각각 다른데, 통상적으로 보장성보험은 보험료의 20~30%, 저축성보험은 10~15% 정도다.

저축성보험은 사업비(수수료)를 상품요약서나 가입설계서 등을 통해서 직접 알려 주고 있다. 변액보험 의 경우 ‘계약체결비용 : 기본보험료의 6.84%(3만4200원), 계약관리비용 : 기본보험료의 5.00%(2만5000원)’ 등이 그것이다. 또한 보험협회 공시실을 통해서도 경과기간별 수수료율과 해지환급금률을 보여 주고 있으므로 이를 보고 비교하면 된다. 수수료가 낮을수록 해지환급금률이 당연히 높다.

그러나 보장성보험(종신보험, 암보험, 질병보험 등)은 사업비를 직접 알려주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서 비교해야 한다. 보장성보험의 사업비는 보험사들이 영업비밀이라며 정확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보험가격지수’란 용어로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의 공시실을 통해서 공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비교, 확인할 수 밖에 없다.

보험가격지수란 {보험료총액 / (참조순보험료총액+업계평균 사업비총액)} × 100으로 산출된 수치인데, 해당 상품의 보험료가 업계 평균 보험료와 비교해서 얼마나 높(낮)은지를 알려 준다. 즉,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보험료가 업계 평균보다 높고, 100보다 낮으면 업계 평균 보다 낮다는 의미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보험가격지수가 낮은 상품(사업비가 적게 부가된 상품)이 가성비가 좋은 보험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보험료를 절약하기 위해 사업비가 적은(보험가격지수가 낮은)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보험가격지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험가격지수를 알아야 하고 참조순보험료를 공부해야 하니 머리에 쥐가 나고 고역스럽다. 이걸 소비자들에게 보라고 만든 것인지 보지 말라고 만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처음부터 ‘사업비율(= 부가보험료 / 보험료) = 00.00%’로 표시해 주면 간단하고 알기 쉽다.

보험사들이 사업비 공개를 애써 회피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외면하는 것이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구매를 막는 것이다. 사업비 공시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알기 쉽고 정확해야 한다. 사업비 공시방법의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현재 무배당보험만 판매하므로 사업비를 과다 책정하여 발생된 거액의 사업비차익을 가입자에게 한 푼도 돌려주지 않고 보험사가 모두 독식하고 있으므로 고객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위험률차익 보다 과도한 사업비차익으로 먹고 사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업비를 줄여서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

당국이 소비자를 보호할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보험사들에게 사업비를 과도하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지도해야 하고, 사업비율을 소비자들에게 알기 쉽고 정확하게 공시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보험료 내는 소비자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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