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마진 실적으로부터 기인… 금융당국 칼 빼드나?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신한과 KB, 하나 등 국내 3대 금융지주사의 곳간에 돈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포용적 금융’을 외치는 게 무색해 보이는 수준이다.

금융지주사의 이익잉여금 중 상당수는 은행의 높은 예대마진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이 1400조에 달하는 등 서민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금융사들이 이들의 고혈을 빨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상반기 기준 신한·KB·하나금융지주 3사의 이익잉여금은 총 44조7243억원으로 전년 동기(38조6561억원) 대비 15.6%(6조682억원) 늘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주주에 대한 배당과 임원 상여금, 세금 등을 제하고 남은 돈이 누적된 액수를 뜻한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증가액은 신한지주가 가장 높았다. 신한지주의 올해 상반기 이익잉여금은 19조7694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3368억원) 대비 14.0%(2조4326억원) 증가해 누적액과 증가액 모두 3사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KB금융은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KB금융의 상반기 이익잉여금은 13조5949억원으로 같은 기간(11조2108억원) 대비 21.2%(2조3841억원)나 증가했다. 하나금융도 10조1186억원에서 11조3601억원으로 12.3%(1조2416억원) 늘었다.

특히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높은 이익잉여금은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데 기인한다.

각 은행사 상반기 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 상반기 신한·KB·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4조3444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496억원) 대비 33.6%(1조948억원) 올랐다.

이 같은 은행권 호실적은 이자이익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은행 상반기 이자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792억원 증가한 2조585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 2조3814억원(2178억원↑) ▲우리은행 2조3099억원(418억원↑) ▲KEB하나은행 2조3076억원(1560억원↑) 순이다. 4대 시중은행 이자이익을 모두 합하면 9조5840억원에 달한다.

이자이익은 대출이자 수익에서 예금이자 수익을 뺀 나머지, 즉 예대마진을 말하며 은행권의 주요 수입원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통계자료를 봐도 이 같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저축성 수신금리(평균)은 연 1.48%로 전달보다 0.01%p 떨어졌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43%, 정기적금은 1.58%로 전달보다 각각 0.03%p, 0.05%p 내려갔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3.46%)는 0.05%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3.28%로 0.06%포인트나 상승, 2015년 1월(3.34%)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금리 역시 0.03%포인트 오른 4.44%를 나타냈다.

금융지주사들에 이처럼 쉽게 돈을 버는 관행이 자리 잡히자 당국에서도 ‘칼’을 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당국은 물론 금융산업과 시장 전 부문에 걸쳐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새 정부의 목표인 '사람 중심 지속 성장 경제'의 구현을 위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추진 중”이라며 “금융당국부터 우선 혁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 영업 관행 개선과 금융시장의 공정질서 확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최 위원장은 은행권 자금이 외환위기 이후 혁신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보다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금융 등으로 쏠리고 있다며 ‘전당포식 영업 행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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