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뒷전, 손쉬운 수익원에만 골몰… "체질 개선 나서야"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카드사 상반기 실적을 놓고 금감원장이 직접 ‘카드론을 늘리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해 주목받고 있다. 카드업계에서 높아지는 마케팅 비용을 금리가 높은 카드론 수익으로 메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전업카드사들은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부가가치세 대납제 도입 등으로 실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과 몇몇 핀테크 결제업체들이 ‘직불결제’ 방식 도입을 준비하는 것도 장기적인 카드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자구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웅섭 금감원장은 간부회의에서 “카드사 마케팅비용이 카드이용규모의 증가폭보다 더 크게 늘어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이런 수익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카드론 확대를 추구하는 것은 향후 카드사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금융감독원 '2017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 캡쳐

앞서 금감원은 ‘2017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53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584억원)보다 44.0%(4214억원) 감소했다. 카드이용액 증가 등으로 가맹점수수료 수익과 카드론 수익이 늘은 반면 부가서비스와 판촉비, 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3515억원) 대비 1587억원(45.1%) 줄은 1929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전업 카드사 중 가장 큰 감소액을 보였다. 비율로 따지면 KB국민카드가 767억원으로 전년 동기(1603억원) 대비 52.1%(836억원) 떨어져 낙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4%나 줄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2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올 상반기에는 이익이 0원이었다.

상반기 카드사 수익 감소는 크게 마케팅비용 상승과 카드론 채권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등에서 기인했다. 우선 외형 확대를 위해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 비용을 늘린 것이 한몫했다. 전체 카드사 손익 가운데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비용은 3736억원으로 전년 동기(3257억원) 대비 14.7%나 증가했다.

달라진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으로 인해 대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5143억원이나 늘은 것도 카드사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지난 3월 발표한 ‘제2금융권 건전선 관리 방안’으로 올해 2분기부터 2개 이상 카드론을 이용하는 차주의 카드론 채권에 대해 30%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이라 설명했다.

당국은 전업카드사의 이 같은 마케팅 비용 증가 배경을 카드론 확대와 결부 짓고 있다. 카드사들이 체질 개선은 뒤로한 채 시장점유율 제고를 위해 무리한 ‘제살깎기식’ 마케팅을 펼치며 비용경쟁을 하고 있고, 그 손실분을 손쉬운 카드론 수익으로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카드사 수익성에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당장 8월 초부터 영세가맹점 기준을 상향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영세가맹점 기준 상한은 기존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 상한은 연 매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올라가게 됐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의 영향으로 연 35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 주장했다.

여기에 국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29.9%에서 24.9%로 인하하는 법안이 준비 중이다. 또한 정부는 2019년부터 카드사 가맹점의 부가가치세를 대납하는 방안을 도입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법·제도가 적용될 경우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경쟁업체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카드 중개업체인 밴(VAN)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계좌 대 계좌로 결제하는 직불결제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다. 이 경우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결제가 보편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업계 안팎으로 카드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사들도 손쉬운 수수료·카드론 수익 확대보단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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