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할 필요 있어

부존자원 없는 한국, 국산 에너지원 필요
후쿠시마 사고 당시 사망한 사람 없어
“장기적인 안목 가지고 정책 펼쳐야”
한계 명백한 대체에너지, 주력 될 수 없어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원자력 전문가’로 통한다. 서울대 원자핵공학 박사 과정을 마친 정 교수는 지식경제부 전력수급계획 수립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 정책 자문위원, 산업통상자원부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산정위원회 등 원자력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그는 원자력계에서도 소문난 강경파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소통 없는 국민 기만책”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60개 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들이 조직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 교수는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계획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전원”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정 교수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2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원자력발전이 필요한 이유는?

첫 번째 이유는 기후온난화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저감에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체 에너지는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두 번째로는 원자력이 값싼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기 때문에 국산 에너지가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는 부품의 95%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 했다. 발전 단가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 이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기에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또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인구를 많이 고용하는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면 산업 자체가 죽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줄일 수 없다. 에너지를 싸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세 번째로 원자력발전이 새로운 수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강세를 나타냈던 조선과 자동차의 경우 힘을 받지 못하고 있고 반도체마저도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산업과 같은 신사업 개발에 나서야 한다. 현재 원자력은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조기건설, 적기건설 차원에서도 인정 받았다. 더욱이 프랑스와 미국, 일본이 원자력 발전 사업에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치고 올라갈 기회로 볼 수 있다. UAE 원전 수출 사례만 봐도 건설비용과 핵연료 공급 비용, 운용비용 등 국익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UAE 파견직이 높은 연봉을 받는 등 고급 일자리 창출도 진행되고 있다.

Q. 원자력발전은 안전한가?

잘 못 알려져 있는 사실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사고를 경험했던 세 나라가 있다. 1979년 미국 TMI 2호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4호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이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TMI 2호기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선으로 사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초기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 30명 정도가 사망했고, 어린이 갑상선 환자가 발생했는데 그중 15명이 사망했다. 뒤이어 19명이 더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후 통계가 없다. 그 지역에서 암으로 죽은 사람들이 자연히 발생한 암으로 사망했는지 아니면 원전 때문인지가 정확히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이들 국가는 사고 이후에도 원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탈원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공식적인 통계를 믿지 않는다. 사고가 심각하지 않은데 심각한 것처럼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

사고가 재앙이었다면 해당 국가들이 원전을 포기했어야 했는데 포기하지 않은 점도 안전하다는 주장에 힘을 준다. 국내에서도 40년 동안 큰 사고가 없었다. 화력발전의 경우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운영 중 사고 날 확률이 더 높다. 포브스에서 밝힌 바로는 화력발전이 1조Kw당 10만명, 풍력발전 440명, 태양광이 15명, 원자력 발전이 90명 정도 사망했다. 원자력이 가장 안전한 셈이다.

Q. 원전 비리로 부품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원자력발전소는 ‘인간은 오류가 있다’라고 전제하고 건설한다. 즉 납품비리가 있더라도 인간의 불확실성을 예상하고 지었기 때문에 검사를 자주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 불완전성에 대해 충분히 마진을 두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이건엄 기자

Q.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약이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효과를 주는지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이해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약이 나오면 전문가 집단이나 공무원들이 보완을 해야 되는데 지금은 단순히 받아들이기만 하고 있다. 결국 자기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지경까지 왔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공약이 항상 옳다고 말할 수 없는데 현재 관료들이 간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건강하지 않은 상황이다. 탈원전 정책은 일방적으로 진행하면서 신고리 5, 6호만 공론화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부에서 단기적으로 전기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신고리 5, 6호 준공만 해도 5년 이상 걸리는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전기료가 변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5년 안에 전기료가 안 오른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을 때 먼 미래에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저 단기적인 안목으로 대답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다. 결국 공약이 공론화되지 않고 바로 이행되는 셈이기 때문에 나라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Q. 현재 원전 해당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찬반 논쟁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손익에 따라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를 보면 사람들이 은연중에 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돈이 된다고 해도 자신이 위험해 진다면 절대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Q.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거 같은데 해결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중저준위 폐기물, 핵연료 폐기물, 원전해체의 단계로 이뤄진다. 이미 우리가 내고 있는 전기료에 해체비용과 처리 비용이 포함돼 있다. 원전의 경우 건설을 한 뒤 재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적립한 금액으로 처리가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사용후 핵연료는 40년 동안 1만4000톤이 나왔다. 반면 같은기간 동안 화력발전은 석탄재가 2억톤, 석탄은 12억톤이 들어갔다.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오염 물질을 훨씬 적게 배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열과 방사선도 차폐를 못할 수준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중 방사성을 띄지 않는 우라늄 238이 96%를 차지한다. 위험한 235의 경우는 4%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즉 5% 이내만 재처리에 나선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현재 재처리 기술이 빠르게 개발 중이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본다. 다만 사용후 핵연료의 경우 환경단체의 반대로 인해 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재처리에 대한 논의가 먼저인데 탈원전을 외치고 있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진=이건엄 기자

Q.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로 신재생에너지가 거론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전원으로서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 첫째 가격이 너무 비싸다. 원자력발전소 발전단가가 ㎾h당 55원일 때, 태양광은 300원 정도다. 또 햇빛과 바람의 변화도 우려된다. 이를 보완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하려면 햇빛과 바람이 없을 때를 대비한 예비발전소를 지어야 되는데 2중으로 돈이 들어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이용률이 100%가 있어야 원자력 발전소만큼 채울 수 있다. 100%에 해당하는 시설이 있어야 20%의 전력 공급이 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독일 등 타국의 사례를 들며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너지정책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기술에 따라서 달라진다. 미국은 셰일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원자력발전보다 저렴한 가스발전을, 그리고 스위스나 이탈리아는 수력발전을 많이 한다. 이처럼 나라의 특성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모두 다른데 타국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하는 건 잘못됐다

Q. 마지막으로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정책 입안을 하는데 있어서 소통의 기능이 부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소신을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된다. 국민들의 손을 잡아주는 자세가 정책 입안에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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