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함께의 가치’…돌아서면 염색강요·불법사찰 등 역대급 갑질

[파이낸셜투데이=오만학 기자] 국내 제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노동탄압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유통업계로는 최초로 남성 직원들에 대해서도 한 달간의 의무육아휴직제를 도입하는 등 복지기업 이미지를 홍보하는 롯데가 뒤로는 노조를 탄압하고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등 반노동 구설수에 잇따라 오르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유연한 기업문화?’…‘유례없는 갑질문화’

롯데는 기존 ‘꼰대조직’에서 ‘복지기업’ 이미지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는 처음으로 남자 직원에게도 최소 한 달간의 의무적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고 육아휴직 첫 달에는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출퇴근 시간을 개인 사정에 맞게 조정하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이러한 창의적 기업문화 도입은 현재 임직원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룹 역시 달라진 기업문화를 부각시키며 대외적으로 ‘롯데는 함께의 가치를 키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최근 직원들에 대한 반노동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어렵게 쌓아올린 ‘유연한 기업문화’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근 달라진 기업문화를 부각시키며 대외적으로 ‘함께의 가치를 키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는 롯데가 잇따라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23일 한 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이동우 전 롯데월드 대표는 지난 2012년 한 직원에게 갑질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롯데그룹 CF 동영상 캡쳐화면

23일 YTN 보도에 따르면 이동우 전 롯데월드 대표(현 롯데하이마트 사장)는 2012년 롯데월드 직원 강모씨가 ‘통화연결음을 롯데월드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자 흰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도록 강요했다.

이날 YTN이 공개한 녹음파일에 의하면 강씨가 염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 전 대표는 “머리가 흰 게 자랑이냐”라며 “대기발령 낼 거다”라고 겁박하기까지 했다. 강씨는 이 전 대표의 협박에 못 이겨 머리를 염색하고 여러 차례 사진을 찍어 보냈지만 결국 정직 처분을 당해 사직서를 냈다. 강씨는 인권위를 통해 법원에 부당함을 호소했음에도 끝내 복직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갑질 보도가 터지자 관련기사 댓글에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전현직 직원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현재 롯데하이마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라고 밝힌 닉네임 'pjwp****'씨는 "지금 이 사람(이동우 전 대표) 하이마트 대표인데 연예인병까지 있다"면서 "심지어 직원들에게 사인도 받으라고 해서 아주 미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만 뜬다고하면 군대 별4개 장성 뜨는 거보다 더 심하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같은 날 롯데월드타워 정문 앞에서도 롯데그룹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이 십 수년째 전국 계열사에서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와해시키며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핍박하고 억압해왔다”고 고발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직원들에게 “롯데마트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롯데마트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김영주 민주롯데마트 노조 위원장에게 허위사실 유포와 개인정보 무단조회를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다른 노조관계자에 대해서는 인사평가에서 최하등급을 줬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김영주 위원장에 대한 롯데마트 징계처분에 대해 “부당한 징계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에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롯데마트 노조간부가 매니저 직급에서 2등급이나 아래인 ‘담당’ 직급으로 강등하고 임금까지 삭감된 일이 발생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롯데마트의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한 보직변경’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조 말살의 흑역사를 반성하고 부당하게 인사조치했던 직원들을 즉각 원직복직 시키라”고 요구했다.

롯데그룹이 노조탄압과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공짜노동 강요, 노조간부 사찰 의혹까지 역대급 갑질논란에 잇따라 휘말리고 있다. 23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롯데월드타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측의 갑질행위를 규탄했다. 사진=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공짜노동에 불법사찰까지…갑질의 끝은 어디까지?

롯데그룹의 갑질은 급기야 납품업체 직원에게 공짜노동을 강요하고 노조 활동을 하는 직원에 대한 불법사찰을 자행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납품업체 직원을 매장으로 불러내 매장 진열 업무를 도우라고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7~8월에만 스무 차례 이상 불러내 평균 6시간 이상 매장 업무를 맡겼는데도 임금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움직이자 롯데마트 측은 뒤늦게 납품업체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동안 일한 것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2011년에는 ‘불법사찰논란’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롯데마트 직원 이모씨는 지난 2011년 10월 당시 상사였던 이모 경영지원 부문장에게 보낸 e메일에서 “김영주씨(민주롯데마트 노조위원장)의 복수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간부와 부산 문현동 시민회관 옆 건물 앞에서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라고 보고했다. 이씨는 또 “밤 12시쯤 이마트 동료직원 3명, 김영주씨, 제가 맥주를 마셨다”며 “이분들과도 친분을 쌓고 김영주씨의 행동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적었다.

2015년에는 롯대택배에서 회식자리에서 업무의 부당함을 말했다는 이유로 한 노동자를 무단 해고했다. 이후 해당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택배노조에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민주노총서비스연맹이 실시한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특별히 논평할 말은 없고, 금일 논란이 됐던 롯데월드 부당갑질 건에 대해선 사건이 5년도 더 지났지만 당사자 쪽에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은 걸로 다시한번 이해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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