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안락하게 그러나 때론 거칠게

▲ 사진=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요즘 출시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은 도심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도로가 포장이 되고 여가활동이 많아지면서 SUV 선택 기준이 험지돌파 능력보다는 실용성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트렌드는 SUV의 명가로 불리는 지프(JEEP)에게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군용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프의 투박한 디자인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프는 전통오프로더의 DNA를 그대로 간직한 도심형 SUV를 제작하기 이르렀고 그 결과 그랜드 체로키가 탄생하게 됐다.

그랜드체로키는 전장을 누비는 ‘윌리스 오버랜드’ MA의 아이덴티티를 잇는 랭글러와 함께 지프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그랜드체로키의 전면 디자인은 지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그랜드 체로키의 체격에 걸맞은 당당함과 묵직함이 더욱 강조된다. 패밀리룩인 세븐 슬롯과 견고하면서도 날렵한 이미지의 헤드라이트, 강인함이 두드러지는 프론트 범퍼는 그랜드체로키 속의 지프 감성을 그대로 나타낸다.

측면 라인도 유려한 유선형 보다는 직선위주로 구성돼 남성미가 부각됐다. 높은 벨트 라인과 굵은 캐릭터 라인이 어우러져 견고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탄탄한 느낌의 D필러와 사다리꼴의 휠 하우스는 오프로드 주행을 감안한 차량으로 개발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화려한 전면부와 측면과 달리 후면부는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경쟁 모델들이 여러 라인을 더한 레이어드 스타일을 연출햇다면 지프는 직선을 중심으로 한 레이아웃과 무난한 디자인의 리어램프는 견고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후면 범퍼와 듀얼 배기 시스템 역시 그랜드 체로키가 추구한 ‘드라이빙’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실내로 들어오면 흡사 크라이슬러의 300c를 연상시키는 레이아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실제 FCA 그룹에 속한 크라이슬러 300c의 실내공간과 기본적인 틀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랜드 체로키는 강인한 겉모습과는 달리 고급 세단과 같은 안락하고 부드로운 실내 공간을 선사한다.

현 세대의 그랜드 체로키가 2011년 처음 출시된 만큼 전반적으로 노후한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연식 변경과 페이스 리프트 등 상품성 개선을 통해 트렌드에 맞춰 나갔다. 특히 내장 패널의 재료와 기어 쉬프트 레버 등 다양한 부분이 개선하며 시각적인 만족도를 끌어 올렸다는 평이다.

사진=FCA 코리아

시각적인 디테일은 물론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체급에 맞는 사용자 만족감을 선사한다. 전후방 주차 보조시스템, 오토 브레이킹 기능이 적용된 전방 추돌 경보 플러스(FCW Plus), 비상 정지기능이 적용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with Sto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듀얼존 에어콘, 차량 설정 등을 조정할 수 있는 8.4인치 유커넥트(Uconnect) 터치 미디어 센터, 7인치 멀티-뷰(Multi-View) 디스플레이 등 60종 이상의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이 적용됐다. 그랜드 체로키 모든 트림에는 커맨드뷰(Command View) 듀얼-패널 선루프가 기본으로 적용돼 마음까지 탁트이고 소음과 진동도 적어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

새로운 8.4인치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유커넥트(Uconnec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한국어 음성인식 기능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음성 메시지 확인이 가능하며, 내비게이션이나 MP3 등의 조작이 가능하도록 해 더욱 안전한 운행을 돕는다.

또 계기반 중앙의 7인치 TFT LCD 멀티-뷰(Multi-View) 주행 정보 시스템은 표시되는 정보를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유커넥트의 새로운 8.4인치 대형 터치스크린과 함께 디지털 기능이 강화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본격적으로 주행에 들어가면 흡사 가솔린차를 타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는 최상위 트림인 ‘그랜드 체로키 서밋’에만 적용됐던 방음처리 전면 유리가 전 트림에 적용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폭발적이진 않지만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3.0L V6 터보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FCA의 설명에 의하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8초 대의 기록을 내는 만큼 일상 속에서 기대 이상의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랜드체로키는 기본적으로 ‘편안함’을 강조하며 부드러운 성향의 서스펜션을 기반으로 노면의 불규칙한 움직임에서 전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로 줄여낸다. 코너에서도 기본적인 롤링을 허용하면서 여유로운 주행을 선사하는 편인데, 날카롭다기 보다는 ‘올라운드’ 스타일을 지향한다.

험지돌파 능력도 지프의 DNA를 이어받은 만큼 출중하다. 인천공항의 공터에서 진행한 오프로드 주행에서 모래와 자갈, 진흙으로 이뤄진 코스를 잘 짜여진 4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거침없이 돌파해 나갔다. 다만 랭글러와 달리 도심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무리한 주행은 삼가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랜드체로키는 길이만 4.8m를 넘는 대형 SUV다. 그만큼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를 할 때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파크센스(Park Sense) 리어 브레이킹 보조 시스템’기능이 너무나 반가웠다. 이는 후진 시 장애물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기능이다.

그밖에 기본 적용된 60종의 첨단 사양들 중 ▲젖은 노면 주행시 브레이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주는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 시스템(RBS)’ ▲일렉트로닉 스태빌리티 컨트롤(ESC) ▲트레일러 컨트롤 시스템(TCS) ▲트레일러 진동 제어 시스템(TSC) ▲전자 제어 전복 방지 기능(ERM)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 등은 안전운행을 돕는다.

특히 ▲가속 페달에서 급하게 발을 뗄 경우 급제동 상황을 예측해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사전에 근접시켜 대비하는 ‘레디 얼러트 브레이킹 시스템(RAB)’의 경우, 오프로드 코스 급경사 내리막길에서 가속을 방지하는 등 빛을 발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