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필두로 전임정권 금융권 수장 줄사퇴 점쳐져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돌연 사퇴로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대거 물갈이 신호탄이 터진 가운데 문재인정부 금융권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오만학 기자]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돌연 사퇴로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대거 물갈이 신호탄이 터진 가운데 문재인정부 금융권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낙하산·코드인사로 물의를 일으킨 전임정부의 과오를 답습할 것인지 인재 등용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사논란을 불식시킬 것인지 금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7일 오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며 거래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사퇴의사를 밝힌 정 이사장은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당분간 직을 유지하다 후임 선임이 마무리 되면 물러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대표적인 ‘친박 금융기관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한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다 지난해 10월 거래소 수장으로 옮겨왔다. 3년 임기 중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돌연 사퇴한 것이다.

◆다가올 금융권인사, 코드인사 가늠할 바로미터

금융권에서는 정 이사장의 사퇴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금융기관 수장들의 사퇴행렬이 이어져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이후 멈췄던 금융권 인사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최종 후보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고 또 다른 친박인사로 알려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권에 대한 인사 검증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장들의 줄사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금융기관장 인사가 코드인사와 낙하산인사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전임정부의 과오를 답습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박근혜정권의 금융권 인사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등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들이 여러 금융기관 요직을 꿰차면서 ‘서금회(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낙하산’, ‘코드인사’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는 17일 박재경 BNK금융 회장 직무대행, 정민주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3인에 대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임추위는 오는 21일 이들 중 한 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관심은 김지완 전 부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지난 2012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후보 대선캠프에 경제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현재 금융산업노동조합 부산은행지부는 김 전 부회장을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지명을 반대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손발을 맞출 금융감독원장 인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정권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고를 가진 이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현재 금감원장 후보군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원장 등 관료 출신 외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의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등 민간 출신도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민간 금융사에 대한 정부의 인사개입 여부도 관심이다. 특히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다. 윤 회장 임명 전까지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청와대 낙하산 인사가 등용됐던 것만큼 새 정부가 전임정부처럼 입김을 행사할지가 관건이다. 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우리은행장 인선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민간금융사에 대한 인사개입을 적페로 규정한 만큼 정부의 인사입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임기 초반 국정 성과와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관련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사잡음 나오는 文정부…“인사논란 되풀이 않는 게 적폐청산 첫걸음”

지난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정부는 압도적인 국민지지를 받고 있다.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정책지지도는 약85%로 김영삼정부 이후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17일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고마워요 문재인’이라는 문구가 등장하기까지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사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새벽부터 종로 광화문우체국 앞에 장사진이 펼쳐지기도 했다.

반면 인사 분야에서는 ‘코드 인사’, ‘내로남불 인사’ 등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나왔다. 대선공약이었던 ‘인사 5대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인사원칙 후퇴 논란이 일었다.

특히 장관급 인사 24명 중 문재인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노무현정부에서 일한 인사가 14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권을 비롯한 일각에서 ‘코드인사’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역대 정부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했던 금융권 낙하산 인사 논란을 문재인 정부가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계 인사는 “아직 임기가 남은 금융권 수장 자리를 놓고 다양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며 “과거 정부의 인사논란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게 ‘적폐 청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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