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수급 불안정, 로열티 등에서 부담…중국발 리스크도 산재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나고야의정서가 국내에서 발효되면서 화장품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생물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계 특성상 원가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인해 부진을 겪은 화장품업계는 향후 실적마저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18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전날부터 우리나라는 나고야의정서의 당사국이 됨과 동시에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한 ‘유전자원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이 시행됐다. 앞으로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기업들은 생물자원 제공국의 법 규정에 따라 허가 신청과 이익 공유 계약을 맺고 우리 정부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나고야의정서의 핵심은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해 의약품과 식품, 화장품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관련기업들이 당사국과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데 있다. 그간 선진국들은 저개발국에서 생물자원을 반출해 이익을 독식했다. 때문에 생물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사용이 문제가 되면서 생물자원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나고야의정서를 통해 보호 규약을 마련했다. 이번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해당되는 기업은 알아서 규정을 이행해야 하고 불이행에 따른 불이익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바이오업계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발생하지만 특히 화장품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제품의 원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는 원료의 70%가량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자원 제공국의 보호조치를 강화한 나고야의정서로 인해 향후 원료를 수입하는 화장품업체들은 수급의 불안정과 연구개발 지연, 유전자원 사용료 인상 등의 문제를 안고가야 한다.

특히 현재 사드 갈등으로 불편한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우려는 더 커진다. 대한화장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해외 유전자원을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곳은 중국(23%)이다. 나고야의정서 당사국 지위가 있는 중국이 최근 이익공유와 별도로 기금 명목으로 연간 이익발생금의 0.5~10%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조례를 예고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소 5만 위안에서 최대 20만 위안의 벌금을 내야 하는 등 강력한 조치들이 취해질 예정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어닝쇼크를 겪은 화장품업계는 이번 나고야의정서 리스크로 인해 더욱 부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은 올 2분기 매출 1조4130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8%, 57.8%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부분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7%, 2.7% 줄었다. 잇츠한불은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고, 같은기간 이니스프리는 영업이익이 40% 줄어든 685억원을 기록했다. 에뛰드의 영업이익은 83억원으로 66%나 줄었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화장품 수요는 여전했지만 반항감정이 폭발한 3~4월 이후의 매출 타격이 심각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아직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3분기 전망도 어둡다. 더욱이 이번 나고야의정서 이후 비용부담을 안고가야 하는 화장품업계 입장에선 실적부진을 탈출할 방향이 요원해진 상황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곤두박질한 화장품업계에 나고야의정서가 향후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개별 기업에만 부담을 안기는 것보다 정부 차원에서 분쟁을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가야 원활한 사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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