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정책마다 금융권 이해관계자 득실과 결부… 성장과 분배 사이 ‘외줄타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17일 출범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은 크게 ‘생산성’과 ‘포용’, 다시 말해 성장산업 지원과 금융약자 보호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문 대통령은 향후 경제 성장과 사회 형평성 완화에 금융이 주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관련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현 정부의 금융정책은 규제를 풀고 자유방임으로 시장에 맡겼던 앞선 두 정부에 비해 일견 반시장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추진 중인 몇몇 정책을 놓고는 ‘시장 움직임에 반한다’는 이유로 금융권 내에서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책 수립을 보다 세심하게 함과 동시에 금융권 주체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적 금융, 세심한 정책 수립이 관건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과 함께 ‘생산적 금융을 위한 정책금융기관 자금지원 강화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신성장산업 지원 강화, 중소·벤처기업 지원, 기업 간 협력·상생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번 TF는 지난달 취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강조한 생산적 금융 정책의 일환이다. 최 위원장은 취임식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융권이 손쉽게 가계대출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은행 수익이 주택담보대출에만 쏠리는 전당포식 영업행태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일리가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들이 산업 주체인 기업과 창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연내 정책금융 지원체계를 혁신기업과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집중하고 담보나 보증 없이 기술·아이디어만으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법인대표자 연대보증도 단계적으로 폐지해 기업대출도 보다 유연하게 만들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금융권은 부정적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은 역대급 수익을 거두고 있는 금융권의 현재 플랫폼을 버리고 굳이 ‘자갈밭’으로 뛰어들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생산적 금융이 앞선 정부의 ‘녹색금융’과 ‘창조금융’에 이은 또 다른 ‘코드금융’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4차 산업혁명과 중기·벤처 기업을 지원하는 시중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정책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은행들이 ‘초이노믹스’ 등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등에 업고 가계 대출을 통한 예대마진 수익원을 확보한 터라 굳이 수익이 낮은 기업대출에 힘쓸 필요가 없었다.

대표적 사례가 금융권이 적극 참여한 ‘청년희망펀드’다. 2015년 박 전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만든 청년희망펀드는 1400억원의 재원이 쌓였지만 아직까지도 용처 없이 은행권 금고에 방치돼 대표적인 관치금융 폐해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생산적 금융이 성공하기 위해 다각적이고 세심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 생산적 금융에 다소 부정적인 만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포용적 금융, 업계 달래는 과정 필수

정부는 금융 약자를 보호하는 포용적 금융 정책도 힘 있게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받는 중소 가맹점 범위를 확대해 간접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또 서민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현행 27.9%인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를 24%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소액·장기 연체채권도 소각해 123만명에 달하는 대출 장기연체자의 채무문제가 해소됐다. 보험료 인하 정책도 시행돼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과 자동차 보험의 소비자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융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자칫 업계에 피해를 줄 경우 생사존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포용적 금융 정책이 카드사와 보험사, 대부업계 등에 직간접적 손해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정책 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수반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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