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기어, 경쟁력 갖춰 내부거래율 높았을 뿐”

▲ 대동공업 대구본사 공장. 사진=대동공업 누리집 갈무리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사실상 주인은 같지만 다른 회사. 이들끼리 일감을 몰아주는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규제 대상이 되는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내부거래를 줄이는 등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규제의 눈길을 피해 숨어있는 업체들의 내부거래를 짚어봤다.

◆ 핵심동력부품은 생산은 ‘대동기어’ 뿐?

대동공업은 농업용 기계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다. 대표적으로 농용트랙터와 콤바인, 이양기 등 농사에 필요한 차량을 생산하는데, 특히 종합형 농기계 제조시장에서 대동공업의 시장점유율은 선두권에 있다. 현재 대동공업은 대동금속㈜과 대동서천㈜, ㈜제주대동 등 수개의 종속회사를 포함해 대동기어㈜와 한국체인공업㈜, 카이오티골프㈜ 등의 관계기업이 있다. 이중 ‘대동기어’는 대동공업과의 거래를 통해 적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1973년에 설립된 대동기어는 대동공업의 핵심 계열사로, 농기계와 자동차, 산업기계, 농업기계용 핵심동력부품과 트랜스미션을 생산하고 있다. 대동공업이 농기계의 차체를 만든다면 대동기어가 내부 중요부품을 조달하는 구조다. 문제는 대동기어의 고속성장에는 모기업 대동공업의 탄탄한 일감 지원이 바탕이 됐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보면 대동기어는 올해 1분기 3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대동공업으로부터 거둔 매출이 173억원으로 57.1%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실적으로만 봐도 대동기어의 매출은 대동공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거둔 부분이 52.7%에 육박한다. 중견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정상거래비율이 40%인 점을 감안했을 때 대동공업과 대동기어의 내부거래율을 상당하다. 대동공업은 대기업집단이 아니라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향후 높은 내부거래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동기어와 대동공업의 우애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대동기어와 대동공업 간의 내부거래율은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2011년 대동기어가 거둔 1323억원의 매출 중에서 대동공업이 722억원을 담당했다. 62.4%에 달하는 수치다. 이어 ▲2012년 62.7% ▲2013년 68.1% ▲2014년 73.3% ▲2015년 61.9% 등으로 지속적으로 50%를 넘는 수준의 내부거래율을 보였다. 여기에 또 다른 관계사인 한국체인공업과 하이드로텍의 내부거래 금액을 포함하면 비율은 더 늘어난다.

◆ 김준식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배…배당금도 매년 지급

대동공업의 최대 주주는 대동공업 창업주 고 김삼만 선대회장의 손자인 김준식 부회장으로 보유 지분은 21.17%다. 김 부회장의 아버지인 김상수 대동공업 회장이 1.83%를, 이밖에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해 김 부회장 일가가 26.85%의 대동공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동기어는 대동공업이 31.66%, 김상수 대동공업 회장의 장남이자, 김준식 대동공업 부회장의 형인 김형철씨가 13.12%, 김준식 부회장이 4.46%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가족회사다. 여기에 대동기어는 지속적으로 배당을 지급해 왔다. 대동기어의 실적이 지지부진했던 지난해 배당금 규모는 1억7975만원에 그쳤지만, 2013년부터 3년간 매년 2억6963만원씩 배당금을 지급했다. 대동공업이 대동기어에 일감을 지원하고 오너 일가가 그 과실을 가져가는 구조가 구축된 셈이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대동기업은 오래전부터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그 부분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동공업과의 내부거래 규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며 “더 훌륭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조달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와 거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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